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노르웨이 코미디언의 반강제 등산 도전기
아레 칼뵈 지음 | 손화수 옮김 | 북하우스
저자는 노르웨이의 코미디언이자 풍자가로 가끔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 글을 쓴다고 한다. 그리고 이 글 역시 그러한 명목하에서 씌여졌다고 한다. 자연을 벗삼아 시골 환경에서 자라났지만 굳이 등산을 즐긴 적이 없던 저자는 친구들이 모두 산으로 가고 적적함에 빠진다. 술친구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새벽 하이킹으로 일찍 귀가하고 산 정상의 사진들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고, 그때 칼뵈의 고민이 시작된다. 왜 친구들은 산으로 갈까? 산에 과연 어떤 매력, 아니, 등산에 과연 어떤 매력이 있을까? 칼뵈는 그 속으로 들어간다. 친구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아니면 다시 그들을 설득시켜 강제 하산케하기 위해서? 어떤 목적으로든 칼뵈의 등산 풍자극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실 나도 산을 굳이 정상에 올라가야하는지 아리송한 사람으로 칼뵈의 의문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특히 단풍철에 모두들 단풍과 구별이 안되는 색색의 등산복을 입고 일렬의 행군으로 단풍 명소를 찾는 풍경은 왠지 내게는 이해할 수 없는 하나의 장관이라면 장관, 꼴불견이라면 꼴불견이었다. 지금은 코로나의 여파로 단체 관광의 이런 풍경은 찾아볼 수 없지만 곧 코로나가 물러가면 산과 들이 관광객, 특히 등산객의 산놀음으로 몸부림을 치지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왜 산은 그저 거기 있는 것일뿐인데, 사람들은 굳이 정상에 오르려 할까? 정복이라는 단어까지 쓰면서 말이다. 특히 에베레스트나 히말라야 하이킹같은 많은 돈을 내고 올라야하고, 또 목숨까지 담보하는 등산은 나에겐 정말 미지의 영역이다. 누가 이런 말을 했다. 산을 오르는 이유는 자신이 정말 아무 것도 아님을, 인간이 한낱 자연임을 느끼기 위해 그곳을 오르는 거라고 말이다. 산이 거기 있으니 오른다는 말인가? 굳이 스스로가 아무것도 아닌 이유를 산을 통해 찾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말이다.
노르웨이는 대한민국처럼 산의 축복을 받은 나라이다. 그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울지는 가히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하지만 이런 산에 둘러싸인 저자도 굳이 산을 줄서서 오르거나 표를 얻고자 산을 오르는 흉내를 내는 정치인들을 비관적으로 본다. 그리고 혼자 사는 인구도 늘어난 마당에 왜 굳이 혼자 있는 시간을 누리려 산을 찾는 지 이해가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마 대다수의 산을 찾는 사람들의 목적은 무엇보다 건강해지기 위함일 것이다. 산에는 피톤치드 성분의 신선한 공기가 있고, 그리고 부지런히 오르다보면 뱃살이 빠지는 기적을 경험하게 될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이점과 더불어 단점도 있다. 우선 힘들고, 춥고, 돌발상황에 취약하고, 다리를 삐끗하는 피해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며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각종 장비 역시 필요하다. 물론 뒷산에 오르는 정도로는 괜찮겠지만 말이다.
과연 저자가 친구들을 설득했을까? 아니면 설득당했을까? ㅎㅎ 유쾌한 등산 풍자극 한편을 보는 것같은 책이다. 특히 스스로가 이해 안되는 것들에 대해 도전하면서 풀어주는 저자의 필력에 감탄하게 된다. 주변에 산을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한번 일독을 권하고 싶다. 그들이 이 책을 읽고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말을 할지 몹시도 궁금해진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