캑터스
사라 헤이우드 지음 | 김나연 옮김 | 시월이일
45세의 싱글 여성 수잔 그린은 공무원이다. 철저히 생각해서 고른 직업이다. 비록 승진에 매번 미끄러져서 자기 사무실이 없지만, 비록 같은 시기에 입사한 동료를 상관으로 둔 처지지만~~ 뭐, 그녀는 당당하다. 매번 할만하다. 즐길만큼 즐기고 자기가 쉴 집도 갖고 있으며, 항상 정도를 지키면서 살아간다. 비록 아직 운전면허는 없고 지하철을 타는 처지지만 비관하지는 않는다. 그런 그녀가 키우는 유일한 것! 바로 선인장~ 그녀는 출근하자마자 선인장의 먼지를 붓으로 털어준다. 가꾸는 무언가다. 하지만 그녀는 안다. 곧 수잔은 엄마가 된다. 그녀가 가꾸고 애쓸 무엇이 이제 세상에 고개를 내민다. 선인장과는 아주 다른 차원의 느낌이 될터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연신 유쾌했다. 어머니의 죽음과 동생과의 관계의 어긋남, 출생의 비밀이 난무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시종일관 유쾌할 수 있단 말인가? 수잔은 비록 까칠하지만 그녀에겐 뭔가 유머감각이 있는 듯하다. 동생 에드워드와 그렇게 옥신각신하고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견디어왔으면서 그녀에게는 스스로가 모르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그것이 수잔 주위에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그녀는 그것을 마른 몸매와 때에 따라 옷을 입는 패션감각에서 찾을 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45살에 임신을 했다. 누구나가 생각하기에 출산하기에는 고위험군이다. 하지만 더 놀랄 일은 이제 출산 연령이 높아져서 50대 초반에 엄마가 되는 산모도 있다고 한다. 간혹 말이다. 수잔은 그녀의 외로움을 달래줄 남자로 한 남성을 택하고 데이트를 오래 유지했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감정의 만남이었다. 그녀에게는 결혼도, 아이도 사실 먼 얘기였으니까..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아이가 생겼고, 그녀는 낳고 싶었다. 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그 시기에 그녀의 엄마도 돌아가시고 사악한? 동생 에드워드는 엄마의 집을 혼자 꿀꺽 하겠다고 한다. 분명 정신이 오락가락한 엄마를 꼬드긴 결과일 것이다. 수잔은 아이도 생긴 마당에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소설 말미에 수잔의 은근한 또 다른 진심이 전해졌지만 말이다.
엄마의 집에서 기다리는 건 반나체의 롭이라는 남자다. 동생의 친구 롭, 언젠가 본 적이 있다는 데 수잔은 잡아뗀다. 그러다가 그녀는 점점 롭에게 빠져든다. 까칠한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여린 수잔 그린... 45살의 임산부...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가정사... 정말 그녀가 살려면 선인장처럼 가시로 온 몸을 둘러야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수잔이라는 한 여성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에 수잔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본다. 아마 많을 것같다. 내 주변에도 자신의 커리어를 지키면서 혼자의 삶을 즐기는 싱글 여성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녀들의 나이는 40대 초반부터 50대 중반까지 다양하다. 이제 30대는 결혼 적령기라기보는 자신의 일과 사랑 둘 중 균형을 잡으면서 40대의 삶을 어떻게 선택해야할지 조정하는 단계인 듯하다. 왠지 예전 20대의 고민들이 30대로 훅하고 넘어온 것같다. 다양한 삶, 그리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가족의 모습... 어찌보면 이런 소재는 비극적으로 나갈 수 도 있지만 이렇게 유쾌할 수도 있다니... 수잔 그린과 그녀를 둘러싼 삶 속에서 무언가 앞으로의 희망?을 엿본 것도 같다. 결코 남들과 다른 삶, 소수의 삶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 ? 그것은 내게 아직은 물음표지만 곧 느낌표로 다가올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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