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살아있다.
책임편집 민윤기 | 스타북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인 윤동주 시다. 이제 더 이상 이 시를 서시라는 출처가 불분명한 제목으로 낭송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저자 또한 그러한 바램으로 책 머릿말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적어놓았다. 나도 이 글을 쓰기 전 시 한편 적어본다. 바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말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학창시절 그토록 안타깝고 애정했던 한 시인을 다시금 접하고 그의 시들을 음미해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가을은 책, 무엇보다 시를 읽는 계절이니까 말이다.
이 책은 전반적인 윤동주 종합서이다. 잘 알지 못했던 시인의 이야기들, 그리고 현재의 이야기들이 씨줄, 날줄처럼 섞여있다. 저자의 윤동주 사랑이 너무도 돋보인다. 특히 그가 남들은 가지지 못한 윤동주 시인의 유고 시집 초판을 두 세권씩이나 얻게 되고, 젊은 시절부터 윤동주 시인을 흔적을 쫓아다니며 세월을 관통한 그 모습에서 찐한 사랑과 애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2017년 '윤동주 100년의 해' 선포식을 이후로 시인의 흔적을 찾아 도쿄, 교토, 관부연락선, 후쿠오카, 중국 용정 생가와 묘, 개산툰, 해란강, 또한 서울 누상동 아현동 하숙집 터, 창전동, 서강들판, 청송대, 등하교 코스, 인왕산 치마바위 등을 찾아 윤동주 시인을 만나러 다녔다. 사진전을 주최하기도 하고 전시집 간행 일도 한 저자는 흩어져있는 시인에 대한 자료들을 한 곳으로 정리할 필요성을 느끼고 그 결과물들을 이 책 한 권으로 내놓았다. 윤동주 시인의 세계를 이해하고 마음이 울렸던 사람이라면 한번쯤 꺼내 볼 만하다. 아니, 두고 두고 곁에 둘 일이다.
야나기하라 야스코의 글을 시작으로 미즈노, 신길우, 장덕순, 박창해, 윤일주, 권일송, 타고 기치로, 문익환, 김헌술... 그 외 많은 이들이 이 책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들을 통해 만난 윤동주는 지금까지 알았던 윤동주 시인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좀 더 구체적이고 좀 더 힘이 있었다. 특히 윤동주 시인의 동생 윤일주님이 기고한 1976년의 외솔회 '나의사랑' 23호편은 그의 심성을 더 엿볼 수 있었다. 자상한 형이었던 윤동주는 산책을 좋아했다. 그의 책 속에는 항상 마른 꽃이나 단풍잎이 끼워져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시 전 작품에 날짜가 기입되어있듯이 그는 책 한 권 마다 책을 산 날짜와 이름을 기입했다고 한다. 흔적 남기기, 기록하기, 아마 윤동주 시인은 천상 작가였으리라... 또 윤동주 시인이 누상동 9번지 작가 김송 씨 댁에서 하숙하게 된 경위와 교회에서 주로 만난 이화여전 문과에 다니는 어떤 여인에 대한 이야기 등도 흥미있는 부분이었다.
누상동 9번지 집은 몇년 전에 윤동주 문학관을 가다가 들린 적이 있던 곳이었다. 그곳에서 창천동 언덕까지 항상 산책을 갔다고 하니, 나도 그 길을 따라걸으면서 왠지 그 시절의 청춘이 된 것같은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윤동주 시인의 막내동생에 대한 이야기부터 그의 시에 등장하는 '순이'에 대한 추측까지 책은 다양한 방향성으로 윤동주의 삶을 안내한다.
왜 제목이 윤동주 살아있다가 될 수 있었는지... 어느 정도는 느낄 수있었다.
아직도 그의 시가 우리 모두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면, 그는 살아있는 것이다. 아마 시인은 그래서 불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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