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가 야구장에 가지 않았더라면
신은영 지음 | 북레시피
평범한 카페 주인이었던 무라카미 하루키가 어느날 혼자 야구 경기를 보러간다. 자신이 응원하던 꼴찌 팀의 타자가 상대 투수가 던진 공을 쳐서 2루타를 만들어 낸 순간, 하루키의 마음 속에는 이런 생각이 따오른다.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 지 몰라! '
만약 하루키가 야구장에 가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하루키의 소설이나 문장을 못 만난 세상 속에서 살고 있었을 것이다. 하루키가 찾아간 야구장에서, 하필 꼴찌 팀 타자가 2루타를 만들어 낸 순간... 그의 글이 우리를 찾아왔다.
저자는 말하고 있다. 삶의 모든 순간들이 모두 때가 있다고 말이다. 기적이라고 말이다. 저자는 아이에게 쉴새없이 동화책을 읽어주다가, 우연히 공모전에 글을 내보았다가, 그렇게 수도 없이 점을 찍는 인생을 살면서 그 점들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것들이 바로 우리 인생의 행로, 방향일지도 모른다.
고작이 쌓이고 쌓여서 '그거'라도 되는 것! 사실 그 고작도 없다면 그것도 없을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저자는 아이와 함께 배우는 일이 많다. 아니, 아이를 통해 배운다고 해야하나? 아마 많은 육아를 하는 엄마들이 그럴 것이다. 내가 아이를 사랑하다고 하지만 사실은 아이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말이다. 저자는 영화 역린의 대사를 인용하여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말이다. 작은일에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러워지고, 정성스러워지면 겉으로 배어나온다. 배어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드러나면 밝아진다.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며, 그러면 변하게 된다. 변함은 생육된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아이를 키우는 일, 아이에게 관심을 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 아이와의 같은 눈높이를 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몰라주고, 모른 척한다면 가장 정성을 쏟아야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육할 수 없다. 오늘 나의 작은 일들을 생각해본다. 반성이 되는 순간들도 있고, 위기를 넘겼다는 순간들도 있다. 아찔해진다.
저자는 인생의 묘미에서 뭐든 지 하다보면 처음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곳에 도착한다는 것이 묘미라고 한다. 도전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인생에서는 너무 많다. 하루키의 결심을 세우게 했던 야구장 역시 마찬가지다. 하루키가 결심을 통해 야구장에 갔기에, 또 그날 그 자리에서 그 투수의 경기를 보았기에 소설가 하루키가 있었던 것이다.
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해본다. 묘미를 발견하려고 도전하는 것 대신 안정적인 같은 메뉴의 음식만을 시킨 것은 아닌지 말이다. 내가 세상에 나온 이유를 알려면 나를 던져야한다. 그리하여 새로운 인생의 묘미를 기다리는 것이다. 우선 한 발자국 꾹 꾹 정성을 다해 걷는 일부터 시작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