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심리 현대지성 클래식 39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강주헌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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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 강주헌 옮김 | 현대지성

"왜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가? "

군중심리 표지에는 1848년 2월 혁명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이 인쇄되어있다. 시청 광장으로 모여든 성난 군중들, 그들은 혁명을 상징하는 적기를 게양하려고 했지만 당신 통치자로 추대된 라마르크는 이를 거부한다. 그는 군중들 앞에서 일명 '황금 하프'로 불리우는 연설을 해서 결국 그의 원대로 삼색기가 걸린다. 그는 삼색기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자유, 영광의 혁명을 겪은 뒤에는 필히 정치 의식과 경멸의 혁명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내가 그 시대의 군중이었더라면, 아니 라마르크였더라면 이 성난 군중 앞에서 과연 이러한 연설을 할 수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대단해보이는 라마르크다. 성난 군중은 그 어떤 맹수보다 무서운 법이다. 누군가 한마디 끌어내라는 동조만 했어도 아마 그는 너덜너덜 찢기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군중은 이성적이지 않고, 맹목적이고, 무의식적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는 군중을 설득했고, 군중은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것이 중요한 것이다.

군중이 자유를 바란다는 것은 오산이라고 한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예속된 삶이다. 예속 속에서 편안함을 추구한다. 그 속에서 안정감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군중이 바라는 것은 영웅이다. 이 혼란한 세상을 구해줄 단 한명의 구세주다. 영웅을 위해서 군중들은 포악한 사자가 되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군중의 아이러니는 여기서 나온다. 영웅이 영웅답지 못할때, 그에게서 치명적인 약점을 발견하면 곧 그를 비난한다. 찬란한 권좌는 어느덧 어두운 감옥 창살로 바뀌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군중이라는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사실 우리는 이미 여기에 대해 다른 나라 국민들보다 박사급일 것같다. 그리고 아마 누구나 알 것이다. 군중이 모이면 역사는 새로 바뀐다는 것을 말이다.

르 봉의 말에 따르자면 군중은 감정을 과장한다. 그 과장된 감정은 암시를 일으켜 주변을 전염시킨다. 여기서 전염이란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말한다. 한번의 끄덕임으로 그 동의들은 증폭된다. 결국 의심을 낳고, 그 결과의 불확실성은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래야 군중은 비로소 힘을 갖는다. 집단지성의 힘 이전에 집단광기의 힘을 갖는다.

이는 사상의 전파 못지 않게 반대급부도 일으킨다. 바로 혐오에 대한 전파도 빠르게 일어나는 것이다. 지금도 존재하는 젠더이슈를 노리는 여성혐오,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들... 페미니즘에 대해 알지 못하며 단순히 페미니즘이 여성 우월주의라고 생각하고, 터부시하는 사람들... 잘못된 혐오, 그 전파의 한 예이다.

군중은 비자발적으로 모인 개개인의 집단이다. 방향과 목적이 같아야 군중으로 힘을 받는다. 그리고 군중은 자본주의 하에서는 이익에 의해 움직인다. 자신의 이익에 배치되는 것은 하지 않는다.

저자는 사상이 군중의 정신에 깃드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한다. 반면 그 사상에서 벗어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난 아직도 독재정권에 대해 찬양하는 기사를 보면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공감이 부족하면 엉뚱한 쪽으로 말이 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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