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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결정
오가와 요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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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결정
오가와 요코 장편소설 |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향수, 리본 , 모자, 장미, 새, 소설...... .
완벽한 소멸을 그리는 은밀한 결정... 소멸과 망각 속에서 기억하는 자는 비밀경찰에 의해 잡혀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진다. 과연 기억을 잃어버린 세상에서 그 기억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혼자만의 기억은 절망일까? 희망일까? 저자는 이에 대해 어떤 답도 해주지 않는다. 그저 조용하고, 그리고 은밀하게 소멸만을 그릴 뿐이다.
소멸이 완벽하다면, 구멍투성이같은 마음으로, 젤라틴처럼 비치지만 형태가 있는 존재로 살 수 있다면 치명적인 것은 아니라는 마음으로 사람들은 살아간다. 향수가 없는 건 아쉽지만, 리본이라는 것 역시... 이웃 할아버지는 페리가 없어진 후로 곧 다른 일자리에 적응하고 살아간다. 그 페리는 이제 할아버지의 또 다른 집이다.
소멸의 시각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 순간은 감지된다. 모든 것이 멈춘 정적... 새벽녘...뭔가 잃어버릴 때가 다가온다는 것을 사람들은 느낀다. 조용하고 스산한 기분... 어느새 강가에 모여있는 사람들... 이번에는 무엇인가? 장미꽃을 띄운다. 강의 물빛이 안보일때까지 장미꽃잎들이 거대한 장관을 이루면서 강물로 강물로... 흘러들어간다.
이렇게 하나 둘 소멸되는 사물들... 화자인 나의 직업은 소설가... 하나 둘 소멸되는 세상에서 소설마저 소멸된다면...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보다 소멸되는 것이 빠른 지금은 그 어느 것도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나날이 진화되는 비밀 경찰들...
이 소설은 오가와 요코의 무려 25년전 작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세월이 전혀 느껴지지않는다. 소설 속에서 언급되는 모든 것이 현재시점으로 다가온다.
누군가는 바로 지금이 절멸의 시대라고 말한다. 90년대보다 2000년대에 들어 멸종된 식물과 동물의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이제 안다. 곧 더 많은 동물과 식물들이 자신의 종을 퍼트릴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아무리 전지구적인 차원에서 탄소줄이기를 한다하더라도 종의 종말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여기서 인간은 우주로 눈을 돌린다.
누군가는 말한다. 어떤 대상을 사랑하는 길은 그저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말이다. 우주를 사랑한다면 그저 내버려두면 되고, 지구를 사랑한다면 지구에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면 안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여행지에서 사람들이 사라지자 오히려 쓰레기투성이 해변은 깨끗하게 변했으며 반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일회용품의 소비와 배달음식 지출은 급격히 늘어났다. 어느 것이 좋은 지 모를 일이다.
앞으로의 소멸을 다룬 <은밀한 결정> 우리 인류는 무엇을 그렇게 담합하며 은밀하게 소멸시키려는지...... . 나중에는 스스로의 목을 조르는 것이 아닐지...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그린 소설이지만 소멸은 여기서 그만 멈추고 싶다. 아직은 더 살이있는 장미꽃 내음을 들이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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