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렘 셔플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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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 셔플

콜슨 화이트헤드 장편소설 |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뉴욕 할렘 125번가 가구점... 이곳에 레이먼드 카니가 살고 있다. 겉보기에는 엄청 평범하다. 사랑스런 딸과 아내가 있고, 아내의 뱃 속엔 곧 태어날 아기가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듯 평범하고 안정된 일상과는 달리 카니의 마음 속은 분주하다. 카니에게는 어떤 비밀 아닌 비밀이 존재하니 말이다.

돈이 없더라도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는 카니에게는 넘지않는 선이 있다. 사촌 프레디가 자신의 가구점에서 장물을 가지고 와도 그와는 상관없는 모르는 일이다. 왜냐면 정말 그것과는 아무 상관없었으니까, 아니, 상관없다고 믿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촌이 거물급 조직폭력배 두목의 값비싼 목걸이를 가지고 왔을때 카니의 선은 무너져버렸다.

할렘셔플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2021 최종 커커스상 후보에 까지 올랐다고 하니 저자의 필력이 놀랍다. 그의 전작 니클의 소년들로 작가는 이미 한번 그의 필력을 과시한바 있으니 말이다. 작가는 이번엔 할렘으로 가서 우리에게 말을 건다. 그의 주인공인 화자 카니...

사실 카니는 누구보다 차별된 삶을 살아가는 중이었다. 그는 다른 흑인보다 더 어두운 피부색을 가졌으며 그의 장인과 장모는 그를 몹시도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범죄자였다. 그는 매순간 아버지의 피로 부터 오는 범죄의 충동을 누르면서 살아간다고 여겼다.

하지만 세상은, 상황은 카니에게 선을 지키면서 살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사촌 프레디를 통해 그를 도발하도록 한다. 물론 처음부터 사촌의 제안을 거절했으면 이 사단이 날리가 없었겠지만 이 할렘가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더 안락한 장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결국 카니는 아버지처럼 범죄자가 되었다. 어쩌면 할렘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선을 지키면서 살고 싶은 많은 카니들이 모여있는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상황들, 그 유혹들을 매일 매순간 견디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카니에게 우연히 떨어진 카드, 그 목걸이가 아니었다면 그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었을까? 언제고 셔플을 돌고 돌아서 카니에게 같은 카드를 던질 지도 모를 일이다. 흡사 할렘에서 사는 일이란 수건 돌리기 같은, 내 앞에 무슨 카드가 놓여졌는지 알지 못하는 폭탄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차별의 세상에서 할렘을 만든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온갖 더러운 것들을 취급하고 그것들을 정화시키는 자는 또 누구인가? 지금 여기 또다른 카니가 존재한다. 수많은 위험에 노출된, 언제 어떤 카드를 받게 될지 가슴이 조마조마한 할렘가의 사람들, 혹은 다른 나라 다른 곳에서 카니가 처한 상황같은 비슷한 류에 노출된 이들...

그러고보면 세상의 차별은 잠재적인 범죄자의 인큐베이터같다는 생각이 든다. 할렘을 빠져나오기위해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선택해야하는 이들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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