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의 저편

일몰의 저편 ㅣ 이판사판
기리노 나쓰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1년 9월

일몰의 저편

기리노 나쓰오 지음 |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당신이 쓴 것은 좋은 소설입니까, 나쁜 소설입니까?

장강명 소설가가 쓴 이 책 추천이유를 보면 '답답한데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네'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 딱 맞는 말이다. 정말 답답한데 끝까지... (정말 결말을 예측할 수 없었다.) 읽어야만 했다. 편집자 후기에서도 위험한 테마는 좋은 얼굴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데, 왠지 그 말의 의미를 알 것같기도 했다. 우리가 꼭 알아야하는 진실은 결코 우리가 알고싶어하는 것과 같지 않다는 것을...... .

작중 화자인 마쓰 유메이의 시선으로 이 소설을 따라가게 되는데, 어느날 소설가인 그녀는 문화문예윤리향상위원회 일명 문윤으로 한통의 편지를 받게 된다. 일명 소환통보... 그녀의 고양이 곤부도 어느날 갑가기 사라지고 만다.마쓰는 혹시 이를 무시하면 어떤 불이익이 생길 것같아 그녀는 일명 요양소로 불리우는 그곳을 가게된다. 거기서 마쓰는 본의아니게 감금 당하게 된다.

그녀의 죄목은 소설 속 한 불유쾌한 장면을 써서 독자로 하여금 항의를 받았다는 것이다. 문윤에 따르면 외설스런 내용이나 체제 비판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 내용들 쓰는 작가들이 익명의 독자들로 항의를 받으면 문윤에서 나와서 그 작가들을 일명 요양, 갱생 시킨다는 것이 이 요양소의 우두머리인 다다의 설명이다.

마쓰는 요양소 안에서 그녀가 아는 작가, 혹은 모르는 작가들도 만나지만 그들과의 접촉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다 일당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만으로 벌점이 쌓이고 벌점만큼 이 감금의 시간도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마쓰의 울컥하는 성격으로 (불의를 용납하지 못하는) 그녀는 입소하자마자 벌점 7점이 쌓이게 된다. 그녀는 곧 그곳의 법칙에 순응하여 그들이 원하는 대로 글을 써주는 것만이 이 곳을 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엄마의 카레라이스>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게된다. 그 글은 다다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어 그녀는 오랜만에 시원한 물과 콜라도 마시게 된다. 다다는 하겐다즈와 차가운 맥주로 다음 속편을 요구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마쓰는 베개 속에서 전 호실 주인이 써놓은 것으로 짐작가는 유서를 보게된다. 그 유서에서는 이 곳에 온 이상 어느 누구도, 설령 그들의 요구에 맞게 글을 써도 절대로 이 곳을 빠져나갈 수는 없다고 한다. 그리고 유일한 길은 절벽에서 스스로 떨어져 죽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그 유서는 과연 믿을 만한가? 마쓰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책을 읽으면서 난 시종일관 마쓰를 응원했다. 그녀가 다다의 요구대로 <엄마의 카레라이스>를 그들의 입맛에 맞게 써주고, 어서 그곳을 탈출해서 그곳의 실상을 낱낱이 고하기를 기대했다. 소설이 끝을 향해가면서도 그 마음은 변치않았다.

소설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좋은 소설과 나쁜 소설은 무엇일까? 그냥 소설은 소설인데, 누군가는 소설을 다큐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모두가 똑같은 형식의 같은 글만 쏟아낸다면 과연 독자란 있을 수 있을까? 어차피 뻔한 이야기인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독자의 인구층이 갈 수록 좁아진다고 한다. 책은 많이 출판되지만 책 읽는 독자는 점점 줄어든다. 그리고 모두들 읽을 것 위주, 팔릴 것 위주로 만들어내고자하는 마음에 다양성의 문화는 점점 그 설 곳을 잃어버린다. 얼마전 노벨 문학상이 발표됐지만 정작 그 작가의 책 한권 번역된 것은 국내에 없었다. 다양성을 잃어버린 책의 미래를 보는 것같았다. 일몰의 저편은 무엇일까? 책의 미래일까? 아니면 우리의 미래일까? 그 일몰을 일출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할까? 내 속의 질문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