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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브릭스 ㅣ 일러스트레이터 3
니콜레트 존스 지음, 황유진 옮김 / 북극곰 / 2021년 9월
평점 :

레이먼드 브릭스
니콜레트 존스 글 | 황유진 올김 | 북극곰
가슴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한 그림책 작가의 생애부터 그의 초기작들, 그리고 그 외의 여러 일러스트들, 작가의 소소한 에피소드 들이 보물처럼 책 한 권에 오롯이 담겨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 책도 보지만 그림책을 보는 일도 많아졌다. 그리고 의외로 그림책으로 위로받곤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내가 처음 읽었던 레이먼드의 책 <눈사람>이 그러했다. 순전히 아이를 위해 구입한 그림책이었는데, 글밥 하나 없이 눈사람과 한 소년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펼쳐져있는 그 책에서 내 어린시절 겨울밤을 떠올렸다. 눈이 좋아서 겨울을 좋아했던 나는 창문 밖에 작은 눈사람들을 여럿 만들어 놓고 밤 새 녹지 않을까 조바심이 났는데, 책 <눈사람>이 꼭 그 마음을 위로하는 책이었다.
<레이먼드 브릭스>에서 또 하나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그림책은 작가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에델과 어니스트>이다. 책으로 보지는 못했고 전에 영화로 보았던 기억이 난다. 나도 그림을 잘 그린다면 이렇게 부모님의 이야기로 그림책을 엮을 수 있을텐데...... . 저자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오롯이 한 역사가 담겨있었다.
다른 그림책 <산타 할아버지 >. 레이먼드는 이 책 작업을 할때 고통스런 기억, 어머니의 부재와 아내 진의 사망 등으로 한번에 십분에서 십오분 정도만 그림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 어니스트 역시 위암 선고 후 9개월 후 세상을 떠났고, 이렇듯 슬픔과 함께 작업을 했던 책은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레이먼드는 너무도 꼼꼼하고 세심한 작가라서 작고 반복되는 모든 요소들을 모두 하나하나 손으로 그렸다. 그리고 여러 색조로 음영을 주고, 그 속에는 현대에는 쓰지않는 구식 조리대, 구리 온수기, 요강, 기계식 알람시계, 아르데코 라디오 등이 나온다. 그림책 한 권이 꼭 박물관처럼 여겨진다. 이런 그림책은 아마 시대를 거슬러 사랑을 받을 것이다.
레이먼드 브릭스가 일러스트 작가가 되기로 한 과정도 무척 흥미로웠다. 그는 어머니가 원하는 출세와는 거리가 먼 그림 그리는 일을 택하면서 부모에게 거리를 두기로 결심한다. 레이먼드는 물론 부모를 사랑했고, 그 자신이 외아들이라 특출나게 사랑을 모두 받았지만 부모의 사고방식 일부는 과감히 거부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런 레이먼드였기에 우리는 그의 그림을 볼 수 있는 것이리라... 만일 그가 이런 성격, 조금은 고집스런 성격이 없었다면 그의 그림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위로 받지 못했을 것같다.
책 말미에 작가의 얼굴이 인쇄된 사진이 나온다. 그리고 책 표지를 넘기면 들어가는 말 부분에 작가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나온다. 처음과 끝 작가의 얼굴은 달라졌지만 그의 삶의 결은 그 얼굴에 오롯이 담겨있다. 그림을 그리면서, 모든 사물에 애정을 주면서 살아온 작가의 얼굴은 이런 것이리라... 비록 몸은 늙었지만 그의 정신은 늙지 않았다. 그것은 그의 선한 눈빛에 그리고 그의 손끝을 떠나지 않는 붓끝에 묻어나 있었다.
다시 펼치고 싶다. <눈사람>, 그리고 <산타 할아버지>, 더불어 내가 알지 못하는 모든 레이먼드 브릭스의 그림들을 알고 싶다. 레이먼드 브릭스의 그림책들이 이번 <레이먼드 브릭스> 출간을 기해서 다시 새로 모두 나왔으면 좋겠다. 그의 눈사람을 모두 알게 하고 싶다. 이별해도 따뜻한, 녹아도 따뜻한, 다시 올 겨울에 분명히 올 눈사람 말이다.
북극곰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