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막는 제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7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민음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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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막는 제방

마르그리트 뒤라스 소설 | 윤진 옮김 | 민음사

이 책은 뒤라스의 초기 소설이다. 그리고 <태평양을 막는 제방>의 출간으로 인해 뒤라스는 그녀의 어머니와의 실제 관계가 틀어졌다고 한다. 지금 <연인>도 읽고 있는데 맥을 같이 하는 작품이다. 태평양은 과거 뒤라스가 어머니의 존재를 의식해서 썼다고 하면 연인은 어머니의 사후 좀 더 자유롭게 써내려간 소설이라 하겠다. 그래서 그런지 연인은 노골적 성애 묘사가 많이 나온다. 태평양에서는 움추려드렸던 붓 끝이 연인에서는 활짝 펴진 느낌이다.

소설에서는 조씨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외부로 열리지만 이미 소설 내부에서는 어머니의 제방 사건으로 인해 활짝 열린 기분이 들었다. 어머니와 태평양을 막는, 더 정확히는 남중국해를 막는 제방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제방이란 어머니가 자신의 가난?이라는 굴레를 탈피하고 더 이상 물떼새를 먹지 않고 사는 삶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녀가 관심있는 아이들을 더 많이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어머니는 믿었다. 하지만 그 제방이 우습게도 게들의 먹이가 되어 숭숭 구멍이 뚫려 다시금 바닷물이 범람했을때 프랑스어 과외, 피아노 레슨 등으로 한 푼 두 푼 모았던 모든 돈들이 들어간 제방을 바닷물이 집어삼켰을때 어머니는 유쾌함과 기대는 사라졌다.

그녀는 무너진 제방을 다시 짓고자했다. 이번에는 콘크리트를 사용해서 더 단단하게 말이다. 그러자 그런 그녀 앞에 더 정확히는 자신의 딸인 쉬잔 앞에 조 씨가 나타났다. 조씨는 쉬잔 주위를 얼쩡거리면서 그녀의 마음을 떠 본다. 사실상 조 씨의 목적은 쉬잔을 어떻게 해보려는 것이지만 아직 어린 쉬잔의 눈에, 아니 어리다고 해도 보는 눈이 있었던 쉬잔에게 그는 매력없는 허약한 존재일 뿐이었다. 그래도 쉬잔은 조 씨를 내치지 않는다. 조 씨는 바로 자신의 가족에게 새 보금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부를 지녔고, 그의 돈만 있다면 제방을 다시 세울 수도 있었고, 낡아빠진 조제프의 자동차를 바꿔줄 수도 있었다. 쉬잔에게 조 씨는 그런 존재였다.

쉬잔을 말없이 지켜보는 두 눈, 그녀의 어머니다. 그리고 그녀의 오빠 조제프도 있다. 결국 쉬잔은 조 씨에게서 다이아몬드를 받아내고 조제프의 조언에 따라 그와 헤어지기로 한다. 조 씨의 입장에서는 다이아몬드만 받고 이별 통보를 받은 셈이 되었다.

쉬잔에게 조제프는 그 당시 어머니보다 위에 있는 존재였다. 쉬잔은 오빠 조제프를 통해 남성다움을 알았고, 그를 의지했으며 그와 있을때 행복했다. 아마 조제프가 조 씨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가라고 했다면 쉬잔은 두번 생각안하고 그의 말대로 했을 것이다.

소설 곳곳에서 가난을 얘기하지만 정작 쉬잔의 가난은 별 가난처럼 여겨지지않는다. 일주일 동안 아픈 발로 걸어와서 3개월이 갓 지난 자신의 아이를 맡긴 인도차이나의 한 여성, 하도 맞아서 성한 구석이 없고, 귀까지 멀어버린 쉬잔네 하인 하사, 그리고 배가 고픈 나머지 설익은 망고를 따먹다가 말라리아로 죽어가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똥이라도 받아먹어야 살 수 있어서 마른 아이들을 하루 종일 따라다니는 거죽밖에 안 남은 개들.... 그런 가난이 내 눈에는 더 처참했다.

이 소설은 식민지 시대를 덤덤히 보여주고 있다. 낭만적인 묘사가 아니라 그 이면, 식민지 치하를 살아가는 진짜 가난한 이들을 모습을 보여준다.

생각해본다. 왜 쉬잔의 어머니는 그 나라를 떠나지 못하는 걸까? 남편도 없이 두 아이를 키우고자 하면 차라리 고국으로 가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소설에서 쉬잔이 어머니의 성격을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어머니는 자신이 생각대로 하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절대 타자가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를 바라지도 않는 어머니만의 고집과 열정이다.

실제로 뒤라스의 어머니는 이 소설을 읽고 뒤라스와 의절했다. 자신의 모습이 딸에게 이렇게 비추어져 이런 소설의 모델로 등장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난 뒤라스가 어머니를 비난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소설은 식민지 시대, 모두가 가난하지만, 부자가 되고 싶은 한 사람, 아니 한 가족의 욕망과 가족애, 그리고 더 나아가자면 인류애에 대한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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