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 어느 소년병의 기억
이스마엘 베아 지음, 김재경 옮김 / 아고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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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어느 소년병의 기억

이스마엘 베아 지음 | 김재경 옮김 | 아고라

시에라리온에 살던 한 소년이 어떻게 소년병으로 되어 그 후 다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게 되었는지를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는 논픽션... 집으로 가는 길... 읽는 내내 먹먹하고 시에라리온 내전에 나 역시 참전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스마엘이 그도 어쩔수 없는 선택으로 인해 군에 합류해 소년병이 되고 마약에 찌들어서 사람 죽이는 것을 아무렇지않게 수행하는 모습을 볼때면 저것이 정말 전쟁이란 생각이 들었다. 참혹한 그 서막의 장을 슬쩍 들춘 것같았다.

시에라리온은 이슬람이 전체의 60퍼센트를 차지하는 세네갈과 나이지리아 사이의 해변에 면한 나라이다. 수도는 프리타운으로 영어를 공용으로 쓰며 열대몬순기후의 나라다. 이 나라에서 참혹한 내전이 벌어지고 한쪽은 반군, 한쪽은 국군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총을 겨누며 죽였다. 포로로 잡히더라도 이는 곧 사형선고를 의미하며 어린 소년이라할지라도 살상무기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하루 아침, 정말 하루 아침의 일이다.

힙합을 즐기던 평범한 소년 이스마엘이 고작 12살때 잠시 외출을 감행한 것을 끝으로 그는 영영 가족들과 이별을 한다. 후에 가족을 찾지만 이미 반군에 의해 처절하게 학살되고 불태워진 후였다. 이스마엘은 말한다. 죽더라도 가족 얼굴을 한번 보고 죽고 싶었다고 말이다. 이제 그는 혼자다. 사랑하는 형 역시 그를 찾다가 못 찾았는데, 다시 반군 손에 죽임을 당해야했다. 이스마엘은 결심한다. 반군들을 내 부모를 죽인, 내 형제를 죽인 그들을 죽이겠다고 말이다. 사실 이 죽음에는 이유가 없고, 이스마엘의 결심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총을 들지 않는다면 그 역시 죽음을 당할 것이 뻔하니 말이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소년병이 된 이스마엘은 거기서 더욱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살인... 밥먹고, 영화보고, 마약하고, 죽이고, 이 일상의 패턴은 이스마엘이 스물다섯살이 될 때까지 계속된다. 그의 손은 이제 피를 보는 것이 너무 익숙해졌고 시체를 보고도 웃는 일도, 먹는 일도 자연스러워졌다. 바로 이때 유니세프에 의해 구출되어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재활의 길은 실로 험난했다. 우선 소년병에서 구출된 아이들은 마약에 지독하게 중독되어있었다. 그들은 타오르는 분노를 참지못했다. 남이 아니면 서로가 서로를 때리고 상처줘야지만 직성이 풀렸다. 그렇게 이스마엘은 험난한 재활의 과정을 거치고 후에는 유엔으로 가서 시에라리온의 참상을 알리는 일을 한다.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지만 또 전쟁이다. 힘들게 찾은 삼촌 역시 죽게되고, 이스마엘은 정말 핏줄 하나 없는 고아가 된다. 그는 다시 소년병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그 생활이 죽음보다 끔찍하고 비참하다는 것을 알기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 있을때 자신을 돌봐준 로라에게 도움을 청한다.

책은 저자의 논픽션이다. 저자의 삶이 들어있는 책... 아직도 전쟁은 세계 곳곳에서 진행중이다. 이렇게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그 지독한 일을 끝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다른 한편은 그 지독한 것을 계속한다. 최소한 아이들만이라도 지켰으면 하지만 전쟁은 오히려 아이들의 피를 먹고 성장한다. 전쟁의 참상 보고서 <집으로 가는 길> 은 그 어떤 전쟁서보다 개인적이고 뜨거운 삶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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