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개의 날 1
김보통 지음 / 씨네21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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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개의 날

김보통 만화 | 씨네21북스

D.P (Deserter Pursuit) 군무이탈 체포전담조의 약자이다. 탈영을 하게 되면 헌병이 찾는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사병의 신분으로 일반인처럼 밖에서 이렇듯 체포조의 일을 한다는 것은 이 만화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가지 드는 생각은 이 얼마나 인력 낭비인가... 경찰과 협조하면 위치추적, CCTV, 핸드폰 통화내역 분석 등 쉽게 할텐데, 극중 DP는 역추적메일을 통해 탈영병을 잡는 것을 보고 IT강국 대한민국이라고 하지만 군은 아직도 시대에 역행하는 것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요즘 범인도 CCTV가 다 잡는다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탈영... 과연 이것이 군 생활을 접을 수 있는 최선인가? 이건 군생활을 연기할 최악의 선택이다. 우선 탈영을 한다면 그 순간부터 범죄자 신분이다. 헌병대가 눈에 불을 켜면서 찾아다닐 것이고 영창은 피할 수 없다. 영창생활은 그야말로 감옥이다. 감옥에 갇힌 신분, 그냥 가혹행위가 무서워 탈영했을뿐이라도 군에 몸을 담은 순간 그 철망을 벗아난 행위는 법범행위로 취급받는다. 그리고 영창 내의 생활은 군 생활의 연장이 아니다. 다시 영창에 나와서도 그 늘어난 기간만큼 군복무를 해야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법이니 말이다.

극 중 잠을 자고 싶어서 탈영한 병사 이야기가 나온다. 방독면을 씌우고 자게 한다니... 그 병사는 잠 좀 편히 자고 싶어서 탈영했다고 한다. 사실 탈영의 이유는 단순한 것이 많다. 그 힘듬이 스스로에게 너무나 버거운 것이다. 상사에게 토로해도 관심병사 취급이나 하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주위 사람들에게 말해도 남들 다가는 군대, 남들 다 잘하는 군생활, 유독 너만 힘들어하냐고 그 문제의 원인을 스스로에게 돌린다.

그 상황이 나에게 오지 않아서 버틸 수 있었다는 주인공의 말... 옳다고 생각한다. 그 상황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탈영을 유발할 만한 상황... 그 끔찍히 힘든 순간들... 자신에게 오지 않았다. 그래서 탈영병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

아직 한국의 군생활은 수직적이고 배타적이다. 미군들의 자유분방함은 한국군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 간혹 자유분방한 모습을 했다가는 군기가 빠졌다는 오해를 부르기 십상이다.

얼마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여군의 자살사건이 있었다. 한 집단의 묵인하에 벌어진 성추행과 암묵적인 따돌림... 상사에게 수차례 자신의 힘듬을 말했지만 그때마다 돌아온 것은 주변의 안좋은 시선들과 오히려 스스로를 가해자로 만드는 발언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힘듬은 자신만의 몫이다. 그녀 주위에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단 한사람만 있었어도 그녀 스스로 자신에게 칼을 겨누는 일은 없었을 텐데...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어리석은 결정을 할 수 있다. 이 모든 일에 공감을 가지고 경청할 필요가 우리에게는 있다. 바로 이것은 나의 일, 혹은 내 아이의 일, 내 친구의 일이 될 수 있으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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