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미조에게 나름 조언하는 역할의 성인 웹툰 작가 수영언니... 수영언니는 성인 웹툰, 그것도 가학적인 성착취물을 그리면서 삶을 이어간다. 그러면서 그것이 시대의 역할, 시대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라고 한다. 수영언니는 그 일을 하면서 원형탈모증이 생겼다. 그리고 미조는 생각한다. 언니의 그 일이 세상을 더 안 좋게 만드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살아야하는 일... 흔히 말하는 먹고 사는 일이다. 미조 역시 전세금 오천만원으로 다시 살 집을 구해야한다. 나중에 늙어 노인이 되면 자신에게 집을 세 주지 않을 것같아서, 고독사 문제로 걱정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미조는 글을 쓴다. 구인광고를 수집한다. 미조의 엄마 역시 시처럼 보이는 글을 쓴다. 문장을 쓴다. 수영언니 역시 긴 글을 미조에게 써서 보낸다.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말이다. 우리는 저마다 이렇게 쓰면서 살아간다. 이 시대에 쓰지 않고서는 못 견디는 삶이 있으니 말이다. 뭐라도 써야한다. 토로해야한다. 그것이 바로 미조의 시대에 시대가 준 숙제이다. 쓰지 않고는 못 견디게 만들었다. 집값이 두배, 세배 이상 치솟게 만들어 이제 평범하게 일하는 사람은 집사는 꿈을 포기해야한다. 그래서 과민성 방광으로 고생하게 되는 <나의 방광 나의 지구>의 주인공들...
어찌보면 <미조의 시대>, <나의 방광 나의 지구>는 연장선에서 읽힌다. 왠지 미조가 결혼했다면 다시 <나의 방광 나의 지구> 속에 등장한 신혼부부일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삶이 더 나아지지않을때, 주변을 봐도 절망일때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하게 될까? 미조는 글을 쓰고 신혼부부는 지구를 살릴 방법을 생각한다. 그래도 뭔가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어떤 희망이 있는 걸까? 사실 희망이 없더라도 그들은 살아야하기에 나름 삶의 방식을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 실린 모든 소설들 속에 그 방식이 읽힌다. 저마다 삶의 방식을 나름 갈구하는 치열한 모습들이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는 살기 힘든 세상이다. 나름 필살기가 있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