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과 한의 화가 천경자 - 희곡으로 만나는 슬픈 전설의 91페이지
정중헌 지음 / 스타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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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과 한의 화가 천경자

희곡으로 만나는 천경자 그 슬픈 전설의 91페이지

정중헌 지음 | 스타북스

천경자의 이야기를 이렇게 희곡 형식으로 읽을 수 있음에 너무 좋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가슴이 찡했다. 그녀의 삶이, 겉으로는 너무나 유명하고 화려해보였던 그녀의 삶이 사실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음이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유달리 삶을 사랑했고, 그림을 사랑했다. 열정의 모델이었다. 세상은 그녀를 품어주기에는 너무 작았다. 그녀의 열정은 너무 뜨거워서 미니어쳐같은 무대를 당당히 불살라버렸다. 내겐 그녀의 삶이 그렇게 읽혔다.

여행을 통해 천경자는 작품의 영감을 찾았고, 삶의 이유와 환희를 찾은 듯하다. 그녀가 젊은 시절 떠난 아프리카, 프랑스, 고갱의 삶이 어려있는 타히티까지... 여행을 하면서 그녀는 미칠듯한 고독을 마주했지만 그 고독은 나중에 작품으로 승화되어 그녀를 채워주었다. 뱀, 야자수, 열대식물, 온갖 날짐승 그 틈바구니 속에서 그녀는 <알라만다의 그늘>을 창조했으며 <페루 쿠즈코> <헤밍웨이의 집> 등의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그녀는 사랑에 있어서도 용감했다. 비록 남자에게 상처를 받았지만 그녀는 사랑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여자였다. 꼭 부딪히고, 부딪히고 계속 부딪히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 삶에, 사랑에, 남자에 상처를 받았지만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연인을 사랑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그녀를 보는 듯했다. 미친듯히 자신의 삶을 부정하고, 생의 끈을 놓고 싶은 충동과 싸우면서도 말이다. 오히려 그 충동이 바로 그녀의 삶의 애정으로 읽혀진다. 삶을 너무 사랑하고, 그림을 너무 사랑하여 오히려 그것을 증오하고, 버리고, 모욕하고 싶은 것이다.

말년에 그녀를 찾아온 시련... 가짜 그림 사건은 너무도 가슴 아프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어찌 모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녀의 그림은 그녀의 자식이었다. 그리고 특히 이 <미인도>는 자신의 딸을 모델로 그린 그림이다. 왜 가짜를 진짜로 만들어야했을까? 최종 판결은 진품으로 판결이 나고, 천경자 화백의 유족측에서는 이 작품이 세간에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는 조건을 걸고 이 사건은 마무리 지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이해가 되지 않지만 말이다. 진실은 언젠가 꼭 밝혀져야되지 않을까?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뒤에라도 말이다.

현실에 저항하는 작가, 천경자 화백... 그녀는 뱀을 그렸다. 이거라도 안 그리면 죽을 것같은 마음에서 택한 소재가 바로 뱀이었다. 뱀집을 찾아 꿈틀거리는 뱀을 스케치하고 사랑했던 뱀띠 연인의 나이에 맞춰 뱀 개수도 추가하면서 화사한 뱀들을 그렸다. 뱀을 찾아, 그것도 그림을 그리려고 뱀집을 찾는 작가가 있었던가? 힘들때 뱀을 찾아서 그렸다던 그녀... 뱀.. 밑바닥...기는 존재... 그녀에게는 바로 그것이 삶의 동력이었으리라... 천경자 화백.. 그녀는 정과 한의 화가 이전에 열정과 삶의 화가였다. 그녀에게서 삶의 동력을 본다. 꿈틀거리는 삶의 동력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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