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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치심에게 - 힘들면 자꾸 숨고 싶어지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
일자 샌드 지음, 최경은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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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치심에게
힘들면 자꾸 숨고 싶어지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
일자 샌드 지음 | 최경은 옮김 | 타인의 사유
어릴 때부터 나는 부끄러움이 무척 많은 아이였다. 내 안의 부끄러움이 어떻게 해서 자리잡았나 모르겠지만 솔직히 용기 없는 아이였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 듯하다. 오죽하면 유치원에서 똑바로 정면을 향해 걷는 것이 창피해서 슬금슬금 가장자리로 걸어서 누군가는 내게 게처럼 걷는다는 말을 했을까? 그 시절 사진을 보면 정말 할말이 없다. 똑바로 서서 카메라를 보는 것이 부끄러운 어린시절의 나는 치마를 들춰올려서 얼굴을 한껏 가리고 있다. 치마 속이 보이는 것이 사실 더 부끄러운 일이었데 말이다.
내 안의 부끄러움이 점차 옅어진 것은 중학교때부터 였을까... 그때 우연히 반 모듬의 대표를 하게 되고, 점차 나의 성격은 개선되어서 대학다닐때는 소주병을 옆에 차고 선배들과 민중가요를 부르는 지경에 까지 오게 됐으니 나의 수치심은 점차 극복되는 과정을 겪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드문 드문 솟아오르는 수치심 때문에 밤중에 이불 킥을 하게 되는 사연도 많다. 왜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일이 내게는 힘들까? 스스로에게 일어난 어이없는 일을 털털 웃으면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모를 경외감이 든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옆에 있으면 너무 편해진다. 내 문제는 정말 사소한 아무것도 아닌 일임을 알게 되므로 말이다.
나의 수치심 경험을 말해보라면 너무 많다. 엉겹결에 한 모임을 앞두고 집어입고 나간 옷, 겨드랑이에 지워지지않았던 땀 얼룩... 몰랐다. 어찌나 창피하던지... 그 후 그 모임에 가는 것이 두려웠던 기억이 있다. 해외 유학 시절에는 승차표를 엉뚱한 것으로 내어서 벌금을 물었던 기억도 있다. 당당히 돈을 내고 운전석에서 표를 사면 되는데, 왜 그것이 부끄러웠는지 모르겠다. 사실 벌금을 내는 것이 더 창피한 일이었는데, 그 순간을 모면하려고만 했으니 나도 참 할 말이 없다.
엄마는 내가 너무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고 산다고 한다. 좀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그렇게 쥐고 살면 사는 게 피곤하고, 얼마나 스스로가 힘드냐고 말이다. 그렇다. 얼룩 묻은 셔츠 좀 입고 가면 어떠랴... 그깟 벌금 내고 다음 번에 실수 안하면 되는 거지... 아직 그 순간을 리마인드하면서 괴로워하다니... 좀 편해지자. 좀 내려놓자. 요즘 내가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이다.
책을 읽으니 수치심이 되물림될 수도 있다고 한다. 무섭다. 내가 느낀 이런 불편함을 내 아이가 겪게 하기는 싫다. 좀 더 툭 툭 털고 일어나기를, 좀 더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기를...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이젠 숨지 말고, 당당해 지자고 다시금 다짐, 아니, 그런 생각을 연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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