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로 숨 쉬는 법 - 철학자 김진영의 아도르노 강의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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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로 숨쉬는 법

철학자 김진영의 아도르노 강의

김진영 | 한겨레 출판

왜 선행이, 부드러움이, 착한 삶이 상처가 되어야 하는가

지금 이 시점에 아도르노에 알게 된 것이 절묘하다. 한번 상처를 들춰보고 내 과거를 파헤치기로 생각한 바로 지금 철학자 김진영의 <상처로 숨쉬는 법>을 만난 것은 행운이다. 난 독일 철학에 대해서는 잘 알지못한다. 독일 날씨의 쓸쓸한 정서와 모두 인상을 쓰고 걷는 듯한 독일 사람들의 풍모에서 아... 어렵다. 어려운 철학이구나를 짐작케 할 뿐이다. 하지만 철학자 김진영의 아도르노 강의는 솔직히 흥미있었다. 그의 수업을 듣는 것같은 문체 형식이랄까? 조근조근한 말투가 책 속 너머로 들려오는 듯했다. 좋은 강의가 이 한 곳에 오롯이 들어있다니 다시 또 잊을 만하면 이 책을 들쳐볼 일이다.

아도르노는 절대 퇴행하는 법이 없다. 좋은 게 좋은 거다 하고 넘기는 법이 없다. 고통을 끝까지 파헤치고, 상처를 벌여서 낱낱이 해부한다. 그것을 견디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그리고 상처를 본 후에는 결코 그 상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미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세상은 모두 '마야의 베일'을 걸치고 있다. 베일을 걸치면 사실상 보이지만 전혀 또 보이지않는 효과를 낸다. 보고도 사실 못본척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이 사회는 어느새 구경꾼들만 득실되는 구경꾼의 사회가 되었다. 진짜의 삶, 고통의 삶을 진지하게 살아내는 사람이 없다.

아도르노의 의도적 사유방식 중 하나는 과장이다. 고통을 과장한다. 아! 하고 소리치게 한다. 일명 급진화시킨다. 그 부정성이, 극도의 부정성이 진실을 드러나게 한다. 드라마로 보면 클라이막스 부분이다. 과장을 해야 일이 벌어진다. 부정하지 않는다면 드러나지 않는다. 아도르노의 사유 자체는 엄격하고 냉정하지만 어찌보면 심미적이다. 일명 이러한 드라마 테크닉도 그 중 한 부분이다.

아도르노는 또 말한다. 문화란 쓰레기라고 말이다. 즉, 현대인의 욕망, 문화가 모두 산업에 종속되었다는 것이다. 문화란 그 자체로 빛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어떤 물리적, 흔히 말하는 산업, 돈이 들어간다. 그러하기에 문화는 자연발생적인 아니라 인위적인 것이다. 한마디로 인간에 의해 산업화된 것이기에 쓰레기다. 아도르노의 철학이다. 개인적으로 깊이 공감한다. 요즘 문화와 돈을 어떻게 떼어서 생각할 수 있을까? 물론 쓰레기라는 표현은 과장이 있겠지만 사실 그토록 열광해서 듣던 음악이, 그토록 열광했던 미술도 그 작가의 비리가 밝혀지거나, 혹은 정당하지 못한 개입이 있는 경우는 급속도로 시들해진다. 언제 그것을 좋아했냐는 듯이 말이다. 지금 세상에서 문화란 홀로 살아남지 못한다.

사랑과 연애의 딜레마에서의 아도르노의 철학도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사랑이란 본질적으로 딜레마이다. 결국 우리가 받아들이는 것은 사랑에 대한 절망이다. 사랑은 근본적인 딜레마 덩어리라 믿음은 배반당한다. 그 믿음이 바로 환멸이라는 것, 사랑이란 좌절, 패배일 뿐이다. 아도르노에 따르면 이것은 사랑의 도덕이다. 실연을 도덕으로 성찰하는 계기, 사랑와 소유의 관계, 사랑과 시간의 관계에의 성찰... 재미있는 대목이다.

다시 또 난 이 책을 펼쳐보게 될 것같다. 그리고 다음번에 읽을 때는 아주 찬찬히, 좀 더 음미하면서 읽게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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