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덴 대공세 1944
앤터니 비버 | 이광준 옮김 | 권성욱 감수 | 글항아리
고작 두달 남짓한 전투가 이리 지리멸렬하고 참담하게 그려지다니 역사적 고증이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책 곳곳에 들어있는 사진들 역시 현장감을 더한다. 저자 앤터니 비버는 뛰어난 군사학 관련 교수로서 여러 전쟁 관련 논픽션을 주로 썼다. 1941년 독일군의 크레타 침공을 다룬 저서, 스페인 내전에 대한 저서,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대한 저서 등 여러 전쟁에 대한 논픽션을 통해 권위있는 상을 잇다라 수여한 저력있는 작가다.
이 책 <아르덴 대공세 1944>는 막바지 전쟁의 히틀러의 끈질긴 도박을 묘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전쟁에서 가장 큰 희생을 치르는 것은 과연 누구일까? 가해국일까? 피해국일까? 아니면 전쟁에 임한 군인들일까? 애초에 아무런 반발도 못하고 그냥 휩쓸려야하는 민초들일까? 반대로 전쟁에서 가장 나쁜 놈은 누구일까? 솔직히 전자는 대답하기가 힘들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전쟁에서 누구 누구가 더 큰 희생이고 아니고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모두가 다 가엾고 불쌍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가장 나쁜 놈을 찾으라면 쉽게 대답할 수 있다. 바로 위정자들이다. 정치를 잘못하는 사람들, 그릇된 신념으로 국가를 옳지 못한 방향으로 인도하는 이들... 이들의 특징은 돈과 권위 둘 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조그만한 환호성도 흘려듣지 못한다. 작은 속삭임 역시 그들을 위한 찬사로 들린다. 그래서 일까? 히틀러가 망령에서 못 벗어난 이유는 말이다. 모두가 다 자기 세상, 자기 발 밑에 있는 세상같아서... 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아무 의심없이 그의 입만을 바라보는 떡고물을 받아먹는 이들이 존재하니 말이다.
갑자기 떡을 만지면 떡고물은 자연스럽게 묻는다고 말한 우리나라의 나쁜 정치인 누군가가 생각난다. 수많은 희생을 내고도 정작 본인은 아무 반성도 하지 않았던 자 말이다. 히틀러도 마찬가지다. 그도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 그의 명령 하에 어린 병사들이, 그것도 아무런 전쟁에 훈련되지도 못한 열여섯, 열일곱 앳띤 병사들이 죽어갔는데, 그는 이렇게 말한다. "마지막까지 싸워라. 마지막까지 싸우는 자가 바로 승리하는 자이다. "
그 말을 믿은 것인지 모르지만 정말 아르덴에서 독일군들은 마지막까지 싸웠다. 질게 뻔한 싸움에서 그들은 전력을 다했다. 그들에게는 이도저도 였을 것이다. 곧 죽는다는 것... 살아남아도 죽고, 죽으면 오히려 편하다고 말이다.
연합군과 독일간의 전력에서 연합군 내의 권력 다툼도 볼만 했다. 몽고메리와 패튼의 기싸움부터, 아이젠하워와 몽고메리의 누가 전쟁 영웅인가.. 누가 통솔할 것인가..하는 문제까지 말이다. 연합군이란 명목으로 싸우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도 알 수 있었다. 여러나라에서 모여 군인들을 나눠서 진격한다는 것은 대단한 리더쉽이 필요했을 것이다.
독일과 연합군의 서로 포로를 대하는 방식이 날이 갈수록 악랄해지고 끔찍해졌다는 것은 비참한 일이다. 포로는 한마디로 항복, 즉 싸울의사를 포기한 것일진대 그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죽이다니... 더군다나 나중에는 연합군 역시 독일의 방식을 따라한다.
전쟁이란 정말 인간이 얼마나 끝까지 타락할 수 있는 가를 보여주는 상황이다. 그 상황에서 누가 고귀할 수 있을 것인가? 어느 누가 내 목에 칼을 겨누는데, 진정할 수 있단 말인가....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 순전히 몇 안되는 미친놈때문에 많은 이들의 희생을 치뤄서는 더더욱 안된다는 것... 아르덴 대공세 1944를 통해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