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들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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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들

치고지에 오비오마 장편소설 |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신들은 파괴하기로 선택한 자에게 광기를 안긴다.

1990년대 중반의 나이지리아의 혼란과 가난을 솔직하게 담은 책, <어부들> 이다. 저자는 나이지리아 아쿠레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으로 이주해서 문예 창작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이 소설로 그는 2015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소설은 한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머니와 육남매는 아버지의 그늘 밑에서 살아간다. 아버지는 무척 엄했는데, 그런 아버지가 욜라로 이주하면서 드문드문 집을 찾아온다. 욜라에 유혈폭동이 나면서부터는 아버지의 간섭으로 형제들은 자유로워졌고 그 단단히 이어졌던 줄은 나무 막대기처럼 뚝 하고 쉽게 부러졌다.

아쿠레 마을에는 오미알라는 버려진 강이 있다. 온갖 사체들, 오물들이 바글바글한 곳... 예전에는 깨끗한 물이 흘렀고 사람들이 숭배했던 강이었다. 하지만 그 강을 숭배하는 것을 못 마땅히 여기는 자들의 입김에 의해서인지 그 강은 버려졌고 숭배에서 저주로 바뀌었다. 벤저민 형제들은 낚시를 배운다. 낚시란 것은 너무 짜릿했다. 그 두손으로 물고기를 건져올릴때 어떤 희열이 느껴졌다.

아버지는 그들 형제에게 더 큰 물고기를 낚을 때까지 쉬지않고 그물을 던지는 부지런한 어부가 되라고 말씀하셨다. 형제들은 버려지고 저주받은 강에서 낚시를 했다. 그러다가 그들은 광인 아블루를 만나게 된다.

그 강에서 미친 사람 아블루의 미친 예언을 듣게 된 형제... 그리고 이켄나...

이켄나는 그 예언을 흡사 온 몸으로 받아들인 사람처럼 벤저민을 보고 말한다. "그 사람은 너희 중 한 명이 나를 죽일 거라는 환시를 본거야." 하고 말이다. 흡사 오이디푸스의 신탁처럼, 아니면 맥베스에서 예언처럼 그들은 그 저주의 말들을 뼛 속까지 받아들인다.

신이 파괴하기로 선택한 자에게 광기를 안긴다는 말은 아마 이래서 나왔을까? 그들은 서서히 아블루의 예언을 통해 미쳐가니 말이다.

신과 과학, 토속신앙과 기독교, 새로운 정치에의 열망이 소설 속에 교묘히 섞어들어가면서 소설 전체는 어떤 색을 띤다. 흡사 짙은 아프리카 바다색같은, 군청색... 아니면 사파이어색이랄까...

그리고 문장 자체가 이물감이 없이 서사적으로 읽힌다. 혹은 운율이 있는 시적인 느낌도 있다.

왜 그들은 아블루의 예언을 툭 쳐내지 못했을까? 예전 뉴스에서 잘못된 예언으로 인해 아프리카의 한 마을 사람들이 식인 마을이 됐다는 기사를 보았다. 식인을 하면 오래 살 수 있고, 병도 안걸린다는 그릇된 믿음들로 인해 그들은 죽은 지 얼마 안된 시체를 파냈으며 약한 자들을 살해했다.

어리석은 믿음은 모두를 파괴한다. 스스로 뿐만 아니라, 모두를 좀먹는다. 공동체를 와해시킨다. 예언은 밖에서 안을 향하는 것이 아니다. 안에서 밖을 향해야한다.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그것이 바로 자신에 대한 신의 예언이다. 멸망하고자 하는 자만이 밖에서 광기의 소식을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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