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끝이 당신이다 - 주변을 보듬고 세상과 연대하는 말하기의 힘
김진해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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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이 당신이다.

김진해 지음 | 한겨레 출판

약한 사람들이 할 일은 기억과 연대 그리고 말하기다.

말에 관한 에세이는 많지 않는데, 내 말에 대해 고민하던 찰나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다. 나는 언제부터 말하기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 생각없이, 그냥 원래의 배경지식만을 갖고 한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면서 말이 무섭게 여겨졌다. 말은 한번 내밷으면 주어담을 수 없다는 면에서 칼과 같다. 그 칼이 누구를 찌를 지는 모른다. 하물며 그 칼을 휘든 당사자도 칼집에 칼을 넣지 않는 이상 내 칼에 누가 맞았는지 모르는 것이다.

자신의 한 말로 결국 부모의 이혼으로 이어져서 입을 닫고 살았던 <목소리의 형태>라는 애니메이션이 떠오른다. 말은 이렇게 해방구면서 동시에 지하실이기도 하다. 비상구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감옥이 된다.

저자는 말한다. 말에 품격을 주고 그 말을 경계하자고 말이다. 헐, 대박, 진짜... 등으로 감정이 표현되는 세계, 온라인상의 숱한 줄임말 들 속에 우리는 감정을 표현할 다양한 말을 잃어버렸고, 말은 많지만 적당한 말을 고를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말은 또 글과 분명히 다를 진데 어떤 이는 말의 품격을 글과 같아지기를 요구하기도 한다.

위안부 피해자였던 김복순 할머니... 그녀가 요구한 것은 바로 진정어린 사과였다. 잘못했다는 한 마디의 말... 그래야 용서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용서란 그냥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해자가 용서해달라고 말해야만 가능하다. 문을 그냥 열 수 없는 것과 같다. 두드려야만 열린다. 할머니는 용서하고 싶으셨다. 그 짐을 내려놓고 가고 싶었지만 가해자는 끝내 용서를 빌지 않았다. 결국 그 짐들은 모두 피해자의 가슴에 돌이 됐다.

이 책에서 나온 말들 중에 내가 무의식적으로 차별의 말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미성숙, 어린애같다. 여자같다. 남자같다. 등 등 그런 말이 어떤 차별을 의미하는 줄 모르고 썼다. 차별이 아닌 차이를 존중하는 말을 배워야겠다.

책에 나와있는 다양한 것 중 막말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어릴 적 대하드라마 <토지>를 재밌게 본 기억이 있는데, 난 지금도 그 한 대사만이 또렷이 기억난다. 바로 서희의 대사 " 찢어죽이고 말려죽일거야" 어릴 때 본 거라 그런지 이 독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서희의 결연에 찬 표정에서 정말 그렇게 되리라는 복수의 정신이 읽혀서일까?

저자는 말한다. 4.16, 5.18, 4.3 그 모든 사건에서 다시는 국가가 국민을 내팽개치지않도록 무수한 죽음과 부조리를 '징글징글하게 회 쳐 먹고 찜 쪄 먹고 뼈까지 발라 먹을 ' 것이라고 말이다.

우리 그렇게 하자. 아무도 부조리와 이 비극의 죽음을 잊지못하도록 회 쳐먹고, 찜 쪄 먹고, 뼈까지 발라 먹자.

말로 하고, 글로 쓰고, 머리로 기억하고, 가슴으로 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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