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
넬라 라슨 | 서숙 옮김 | 민음사
처음에 패싱이라는 제목이 궁금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경과, 소멸, 죽음을 의미하는데 책을 읽다보니 알게 되었다. 패싱이란 바로 흑인이라는 정체성을 숨기고 백인으로 행사하는 것 이라는 뜻임을 말이다. 아마 일반적으로 이를 패싱이라고 하는 것같다.
소설 속 아이린과 클레어는 어릴 적 친하게 지냈던 친구다. 물론 나이차는 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카페에서 클레어는 아이린을 단숨에 알아봤지만 아이린은 그 어떤 언질에도 알아차리는 것이 늦었다. 아마 그때 그녀는 클레어에게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아니, 모든 것에 관심이 없다고나 할까... 그녀에게는 가정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클레어는 달랐다. 그녀는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1920년대가 배경인 소설... 흑인의 사회 참여가 활발해졌어도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역시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흑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말이다. 아무리 재능이있어도 백인 사회에서는 그 재능이 인정받지 못한다. 얼마전 그린 북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좀 씁쓸했다. 피부색이 뭐라고 그들의 공간과 식사 장소에까지 제약이 있어야하는가? 주인공은 어엿한 흑인이었는데 말이다.
아이린은 남편이 차별에 못 이겨 가자는 브라질 이민도 거부한다. 그녀는 성공했다. 아니,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다른 흑인 가정보다는 말이다. 그녀의 그런 성공으로 보여지는 것들이 클레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클레어는 갈망한다. 또 다른 패싱을 말이다. 이번에 다시 본인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다. 과연 어떠할지...... .
솔직히 한 사람만 피가 섞였다고 흑인으로 간주하는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클레어가 패싱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피부가 밝고 아름다워서였다. 하지만 한쪽은 흑인의 피가 흐르니 그녀는 임신을 극도로 무서워했다.
외모로 차별받는 것을 벗어나 보이지 않는 피의 전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패싱이 정작 필요한 것은 바로 백인들 아닌가? 피부색만을 가지고 인종을 차별하는 그들의 문화는 정작 스스로를 정확하게 바라보게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는 평생 자신이 흑인인줄 알고 있다가 백인이라고 나중에 판명된 사례가 있다고 한다. 바로 그녀의 까무잡잡한 피부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흑인인줄만 알았다니... 정말 웃긴 일이다. 한쪽은 백인처럼 보이기 위해 패싱하지만 한쪽은 의도치않게 흑인으로 패싱당한 사례...... . 아.... 내가 만일 이 시대에 태어나 아이린과 클레어의 삶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면 난 어떻게 할까? 패싱을 선택할까? 아니면 자유를 선택할까?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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