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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맥스 글래드스턴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 | 맥스 글래드스턴 |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이길지도 몰라, 레드
너랑 나는
우리는 이렇게 이길 거야.
두 명의 동갑내기 작가가 6주도 안되는 시간에 마무리 시킨 소설... 바로 이 소설이다.
처음에는 내가 뭘 읽고 있는 거지? 싶었다. sf에 익숙하지 않아서 인가... 계속 책장 더디는 속도가 나지 않았는데, 앗!! 변곡점이다. 한 순간 고비를 넘기니 끝 장이 너무 아쉬웠다. 이 둘에 대한 이야기, 레드와 블루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이 편지글들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싶었다.
레드와 블루는 극 중에서 여자로 그려지는데, 아마 성별이 무의미한 생명체일 것이다. 그 둘을 왔다 갔다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런데 자꾸 레드는 여자로 블루는 남자로 다가온다. 색이 그렇게 나누지는 않을진데도 글을 읽으면 피어나오는 서로에 대한 뉘앙스에서 말이다.
레드는 사령관 소속의 인공자궁에서 길러진 생명체로 자궁 안과 밖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육체를 지니고 나갈수도 있으며, 육체는 자궁속에 두고 정신만 오갈 수도 있다. 반면 블루는 가든의 통제 하에 존재하며 블루는 식물처럼 길러진다. 낱낱이 가든에 흡수되어 그 한 뿌리처럼 달라붙어서 그로부터 음식물을 공급받으면서 말이다. 레드와 블루의 성장환경은 이렇듯 많은 차이가 있지만 그 둘이 서로 적군으로 시간의 줄을 꼬고, 풀면서 시간을 넘나들며 싸움을 벌이는 것은 공통의 사실이다.
블루가 파괴하면 레드가 재건하고, 레드가 파괴하면 블루가 수습하는 그런 꼴이다. 고대 시절부터 아틀란티스가 존재하던 시절, 또 먼 미래의 시절까지 그들은 자유롭게 오가면서 서로에게 편지를 남긴다. 그 편지는 씨앗으로도, 춤으로도, 불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전해진다. 그 편지는 그들에게 있어서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하지만 그들은 편지교환을 멈출 수가 없다. 그것만이 바로 그들에게 있어서 유일한 것이기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사랑해버렸기에 말이다.
하지만 이 치명적인 편지글은 곧 발각되게 되고, 레드와 블루는 위기에 처한다. 블루는 레드의 경고에도 독이 든 편지를 맛본다. 과연 그 후에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처음에 읽다보면 두 스파이들의 시간을 초월한 싸움인 듯하지만 곧 알게된다. 이것은 사랑 소설임을 말이다. 레드와 블루의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쓰여진 편지글을 읽으면 날살과 씨실의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고, 그 둘이 언젠가는 만나야지만 이 시간 전쟁이 끝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아름다운 소설이다. 시간을 넘나드는 설정을 이해하는 건 인내심이 걸렸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흥미로웠다. 앞으로 펼쳐지는 레드와 블루의 활약이 궁금하다. 속편이 나올까? 음... 나왔으면 좋겠다. 이건 지금 끝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선물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