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미국 문화의 개화기를 이끈 열 다섯명의 명편집자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내게 있어서 편집자의 이미자는 맞춤법에 신경쓰고 활자 수나 자간의 여백 등 그런 소소한 것들을 총 점검하고 한마디로 좀 재미없는 일을 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짙었다. 또 누구보다 국어사전을 옆에 끼고 살아야하고 단순한 실수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그런 일을 하는 부류라고 생각이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편집자의 세계가 너무 다양하며, 내가 알고 있던 편집자의 이미지는 국소의, 정말 부분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편집자가 자신의 작가에게 가지는 애정이란 부모가 자식에게 갖는 애정만큼 열정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름없는 작가들이 여기 나오는 열 다섯명의 예로 든 편집자들을 만났다면 아마 한 두번의 베스트셀러는 기록하지 않았을까? 편집자는 끊임없이 글을 읽는 사람이다. 그리고 앞길을 밝히는 사람이다. 그 앞길에 뭐가 있을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편집자는 모든 지식에 편견이 없어야하고 흥미가 넓어야한다. 그리고 그런 선견지명을 바탕으로 앞 길을 제시해야한다. 작가에게 그것은 온통 까마득한 벽지의 향연들 속에서 발견하는 한 줄기의 빛이리라... 물론 편집자를 신뢰하는 작가에게 해당되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때론 편집자가 보석을 발견하는 경우도 꽤 많이 있다. 작가가 자기만의 개성을 가지고 묵묵히 써내려가고 있지만 어느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도 출판 계약 하자는 말이 없을 때 만일 그 작가가 보석이었고, 재능있는 편집자가 그를 알아봤다면 어떻게 될까? 그건 작가와 편집자 모두에게 구원이리라...... .
내가 알기론 삐삐의 아스트린드 린드그렌 역시 편집자를 너무 잘 만난 작가이자 그녀 자신 역시 편집자였다. 그녀의 글들은 다소 엉뚱하고, 삐삐란 캐릭터의 자유분방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그러나 독일의 한 무명 출판사의 편집자는 그녀를 알아보았다. 그녀의 글이 앞으로 어떻게 파급력을 가지리라는 것을 알아본 것이다.
이 책 속에 나오는 여러 편집자들도 마찬가지다. 출판의 자유를 위해 법정에 서서 싸운 베넷 세르프, 교정지를 죽는 날까지 놓지 않았던 삭스 코민스,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편집한 히람 하이든, 윌리엄 타그까지... 모두가 다 작가 뒤에 있었던 ,작가를 존재하게 한 훌륭한 편집자들이었다.
편집자는 때론 실패의 위험을 각오해야하기도 한다. 출판은 창조가 생명이고, 식상한 것은 배격된다. 편집자는 그래서 새로운 것을 보는 눈이 있어야한다.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보는 눈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출판계의 생리가 바로 이 보는 눈, 꿰뚫어보는 눈에서 작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