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과 극소의 빵
모리 히로시 장편소설 | 이연승 옮김 | 한스미디어
어쩌면...
담배를 피울 수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
현실과 허구의 차이는 그 정도일지도 모른다.
(중략)
그런 미미한 것에 우리는 겁을 먹고,
그런 극소한 것에 우리는 삶과 죽음을 나눈다.
유한의 삶과 극소의 죽음을.
사이카와 모에 시리즈 최종화가 여기 실려있다. 그만큼 사이카와 모에가 어떤 사건에 휘말리지 기대가 되었다. 역시 이번에는 버츄얼 가상세계다. 그리고 특히나 궁금했던 마가타 시키 박사의 존재유무를 확인할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물론 마가타 박사에 있어서, 가장 실존적인 그 존재 유무에 대해서 이리저리 롤러 코스터를 탔지만 말이다.
의학부 3인방이 모였다. 모에와 그녀의 친구인 소리마치 아이, 마키노 요코 이 셋은 일본 최대 소프트웨어 회사의 대표인 하나와 리키야가 운영하는 테마파크를 방문한다. 그 방문 전 미리 모에는 과거의 약혼자였던 하나와로부터 시드래건 사건이라 불리는 사체 소실사건에 대해 듣게 된다. 또 사체소실 사건에 대해 공항에서 우연히 시마다 아야코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더욱 더 관심이 증폭되는데.... 과연 그 사건은 어떻게 된 일인가? 사체를 봤다는 자가 존재하는데 그 사체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한 사람의 거짓말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의도인가... 이제 사이카와와 모에가 나설 일이다.
유한과 극소의 빵은 가상 세계를 다룬다.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는 설명하는 것...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먹는다는 것일 것이다. 나는 먹는다. 고로 존재한다. 생각이든, 행동이든 이런 것들은 우리의 가상 세계 시스템에 이미 벌써 들어서있다. 얼마전 로지라는 모델이 가상 세계 버츄얼 모델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그리고 유명 앵커의 모습을 본따서 만들어진 뉴스들도 우리는 이제 접할 수 있다. 소설 속 가상 세계가 절대 소설 안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모에와 사이카와 교수는 가상과 현실 사이에 교묘하게 놓인 직조된 다리 위에서 하나씩 현실, 허구를 들춰낸다. 모에와 친구들이 마쓰모토의 몸에 접근해 그의 생사를 확인한 장면, 이것은 그 전의 허구의 죽음 앞에서 손으로 만져진 현실을 의미한다. 그는 죽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의학부인 친구 소리마치가 확인했다. 가상의 세계에서 두 개의 죽음이 존재한다. 과연 누가 여기서 진짜 살인을 벌인 걸까? 과연 누가 마쓰모토와 후지와라를 죽였나? 모두가 공범자인가? 과연 그들이 죽을 이유는 무엇일까?
범인이 누구인지도 흥미롭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마지막에 모에와 사이카와 교수가 마가타 시키의 가상공간에 들어가 있는 순간들이었다. 그 속에서 왜 마가타가 모에에게 흥미를 가졌는지, 그리고 모에의 의식 속에 무엇이 있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가타가 사이카와를 얼마나 신뢰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소설 첫 장면에서 마가타 시키 박사는 이런 말을 한다. 자신의 꿈은 바로 자기 자신과 악수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녀 안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인격이 존재하는가? 화해하지 못한 인격들 속에서 마가타 시키가 어떻게 스스로의 고유성을 지킬 수 있는가? 시리즈는 비록 끝이 났지만 아직 마가타 시키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마가타가 존재하는 이상 사이카와와 모에의 사건 역시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로맨스도 기대해도 되겠지.
선물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