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벽
세라 모스 소설 | 이지예 옮김 | 프시케의 숲
유령의 벽은 과연 무엇일까? 옛 철기시대의 생활을 재현하려 떠난 곳에서 그들이 발견한 것은 또한 무엇일까? 그리 고 실비의 아버지는 왜 그렇게 옛 시대 재현에 몰두했을까.... 그리고 그렇게 폭력적인 상황에서 실비를 왜 아무도 구원해주지않았을까? 오직 몰리만이 실비의 소리를 들었을 뿐이다.
한 가족내의 폭력은 가정을 떠나서도 지속된다. 실비는 다 그런 줄 알았다. 아버지의 폭력성을 인지했지만 그녀로서는 저항할 별 다른 방법을 알지 못했다. 저항을 했다가는 다시 또 맞을 테니까 말이다. 실비의 이런 수동성은 아마 그녀의 어머니한테서 나온 것일 터이다. 어렸을 때부터 맞는 엄마를 지켜본 실비는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아버지의 폭력은 어찌보면 가장으로서 당연?하게 여겨졌는지 모른다. 스스로 자신을 먹여살릴수도 없고, 지킬 수도 없었던 그 모녀는 아버지에게 맞아주는 것으로 밥값을 대신했으며, 물값을 대신했으며, 전기료를 대신했다. 실질적으로 돈을 벌어오는 일 외에는 모든 일을 했던 그녀들은 동등하게 사는 법을 몰랐다. 약자니까 당연히 그렇게 살아야하는 줄 알았다. 강자에게 착취당하면서 말이다.
여기 나오는 슬레이드 교수와 댄과 피터... 그들 역시 철기 시대 재현에 동참한 이들이다. 하지만 실비가 습지 미라처럼 희생자로 바쳐지는 것에 동조한 이들이다. 잘못된 것을 알고도 잘못됐다 말하지 않는다. 그냥 동조할 뿐이다. 말없이 동조하면서 따르는 이들... 슬레이드 교수는 아버지와 전적으로 협력했다는 점에서 그 능동성이 더 높지만 말이다.
세라 모스는 이 소설의 시작을 한 지인으로부터 습지 미라에 대해 알게되고 모든 재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것에 출발됐다고한다. 그리고 한 전시회에서 영감을 얻고, 브렉시트 등을 통해서 점 점 소설을 발전시켜갔다고 했다.
세상의 많은 벽들, 실제하는 벽부터 시작해서 소설 속 유령의 벽처럼 우리 마음 속에서 이미 세운 허구의 벽들까지 수많은 부조리들이 존재한다. 실비 아버지의 폭력 역시 부조리다.
그 부조리를 많은 이들이 부조리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직 몰리만이 외친다. 그것은 잘못된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녀만이 유령의 벽에서 실비를 데리고 나온다.
지금도 존재하는 세상의 부조리,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유령의 벽... 이제 우리는 말하지 않는 자가 아니라 외치는 자가 되야하지않을까? 말하지 않는 자, 부조리에 대해 고발하지 않는 자, 그 자들이 바로 폭력에 동조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