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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와 폐허의 땅
조너선 메이버리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시체와 폐허의 땅
조너선 메이버리 |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안전한 곳은 없어. 너희 세대가 안전하게 만들지 않는 이상.
우리 세대는 시도조차 하지 않기로 한 것 같거든.
색다른 좀비소설이었다. 좀비에 대한 혐오감이나 적의 대신 연민이 생기다니...... . 만약 갑자기 전염병이나 비슷한 류가 돌아 전 세계 사람들이 좀비로 되는 바이러스에 걸린다면,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이미 사람이 아닌 그들을, 사람이 아니라고 사람 이하 취급을 할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 잘?보내줄 것인가?
소설 속 톰 이무라는 여타의 좀비 사냥꾼들과는 다른 결정을 한다. 그는 좀비를 죽이기는 하나 제대로 된 의식을 치르고 죽인다. 손 발을 자르거나 총으로 쏘거나 물지 못하도록 이빨을 몽땅 뽑아 놓는 것이 아니라 한 가정의 아빠였던 그를, 한 아이의 엄마였던 그녀를, 아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였던 그들을 비록 좀비로 변했지만 최소한의 애정을 갖고 대해준다. 의뢰자들의 명을 받아서 그들이 쓴 편지를 낭독한 뒤 머리 뒷편에 칼을 꽂아 다시는 좀비로 태어나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자신의 가족이 좀비가 되었으나 자신만 살아온 사람들은 톰 이무라에게 의뢰를 한다. 자기 대신 좋은 곳으로 보내달라고 말이다.
이 소설은 톰의 영웅담이 아니라 동생 베니의 성장 소설로 읽힌다. 베니는 형에 대한 오해로 그가 엄마를 구하지 않았다고 미워했으나 형과 시체들의 땅으로 떠나면서 형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했던 것이 기억의 오류임을, 형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뉘우치고 그을 따라서 일을 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좀비를 대하는 자세 속에서 우리의 모습이 읽힌다. 펜데믹 상황으로 인해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또 감염자 소식에 민감해지는 요즘이다. 하지만 우리가 초기 코로나 19의 감염자들에게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보면 이 상황이 남같지 않게 여겨진다. 코로라 환자의 동선을 보면서 어찌 이렇게 쏴돌아다녔냐고 비난하거나 그들이 사는 주변을 철저히 봉쇄하고 감시하는 일상... 그 당시는 코로나 자체 보다는 코로나로 인한 주변의 시선이 더 신경쓰였던 것같다. 사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데 말이다.
소설 속 좀비는 걸음도 느리고 본능밖에 없다. 오직 능력은 물면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을 좀비로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저 집 안에서 철조망 안 쪽 깊숙한 곳에서 배급품을 먹고 사는 것에 만족한다.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더 많은 땅을 차지할 수 있고 농사량을 늘려 누구나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을 말이다.
어른들의 그런 안일함, 상황을 받아들이고, 더 나아지게 하지 않는 그런 기질로 인해 피해받는 것은 아이들이다. 힘없고 약한 아이들, 그것도 집도 없고 부모도 없는 아이들은 악독한 사냥꾼들을 만나서 게임랜드로 가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그들의 게임 말이 된다.
톰은 말한다. 안전한 곳은 없다고, 베니의 세대가 그렇게 만들지 않는 이상 더 이상 나아질것이 없다고 말이다.
이제 둘은 나아간다. 아니, 닉스를 포함해서 셋은 앞으로 간다. 더 이상 마을 사람들과 같이 안이한 세상에서 살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험난하지만 그리고 불안하지만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그들은 다시 마을 밖 즉, 시체들의 땅으로 나가기로 결심한다.
이 모든 것은 앞서 시체들의 땅에서 살아나온 이들만 느낄 수 있는 깨달음이자 용기였다.
선물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