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이란 무엇일까? 한 소년 핍의 성장기와도 같은 일대기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질문이다. 예전에 이 책을 읽었을때는 유산이 말그대로의 유산, 즉 재물이나 돈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열린책들 버전으로 다시 읽은 지금은 찰스 디킨즈가 말한 위대한 유산이란 바로 그 유형의 의미를 지닌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조나 비디같은 그리고 친구 하버트같은 존재가 갖는 무형의 그 무엇을 말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고 추측이 된다.
핍은 소년시절의 자신의 한 행위로 인해 신사?가 될 기회를 얻는다. 그에게 막대한 유산이 주어지지만 그는 그것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할지 갈팡질팡한다. 그는 그 유산이 미스 해비셤과 관계가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그에겐 에스텔라의 사랑을 얻는 것만이 그가 지닌 유일한 목적처럼 보였다. 핍이 할 일은 오로지 자신을 치장하고, 배우고, 친구들과의 우정를 쌓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느 한 순간을 계기로 그 환상은 깨졌다. 유산도 에스텔라도 이제 더 이상 그의 손이 닿을 수가 없다. 그런 핍을 지켜줬던 것은 바로 조와 비디 그리고 친구 하버트였다. 그리고 핍은 프로비스와의 관계를 재정립해가면서 그와도 우정을 쌓아나갔다.
멀고도 먼 길을 가는 과정이 제대로 돌아오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핍은 대장간이 딸린 조그마한 자기 방을 떠나는 그 순간에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잃고 펌블추크라는 사람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들으면서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 온 순간 그는 깨닫게 된다. 이제 다른 사람의 신부가 된 비디를 보는 순간 알게 된다.
마지막 장면... 다 허물어져가는 폐허같은 새티스 하우스를 찾는 핍... 거기서 다시 에스텔라와 조우하면서 핍은 그녀와 영원한 친구가 되기로한다. 작별이 없는 그리고 이별의 그림자조차 없는 영원한 우정을 맹세한다.
핍은 다 잃은 후에 모든 것을 얻었다. 조를 얻었고 비디를 얻었고 또 에스텔라를 얻었다. 물론 하버트도 말이다.
그 전에 그는 얻었다고 생각한 모든 것을 스스로 버렸다. 조를 무시했고 비디를 멀리했다. 돈과 아첨하는 사람들은 그의 곁에 있었지만 그가 유산을 잃어버리자 그 휴대용 동산을 지키지 못한 것을 두고 무시하고 경멸했다. 바로 펌블추크와 같은 사람들 말이다.
이제 핍은 부를 얻어도 자랑하지 않는다. 소박하게 조용히 살아간다. 소설 속에 나와있지는 않지만 내 생각에 핍은 가정을 곧 이뤘을 것이리라... 그리고 자신과 닮은 아이를 낳았으리라... 그 시절 꼬마 핍을 그렇게 그는 다시 만났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