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지영을 거쳐서 다시 우리에게로 온 이야기들...

여기에는 총 여덟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다. 주인공은 팔십대부터 십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여자, 여자의 삶이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오로라의 밤이란 단편이 인상깊었다. 워킹맘은 아니지만 친정엄마 찬스로 누리는 삶의 여유를 알기에 그 딸의 심정도 이해가 되고 또 화자의 심정도 이해가 됐다. 특히 오로라를 보면서 소원을 비는 장면...


"한민이 보기 싫어요! 진짜 싫어. 방학 때도 안 볼 거야. 한민이 1학년 때도 안 볼 거야."

248 페이지

아니, 할머니가 이럴 수 있어? 하기보다는 '맞아. 이게 진짜 마음이지... ' 속마음을 터놓지 못하고 오로라에게 소원을 비는 심정이 안쓰러우면서 애틋했다. 물론 슬며시 웃음도 지어졌다.

우리 시대의 워킹맘, 친정엄마 혹은 시댁의 찬스로 아이들을 맡기는 가정이라면 꼭 이 단편을 추천하고 싶다. 사실은 속마음은 이렇다고... 오로라에게 빌 만큼 절실하다고 말이다.

또 오기라는 단편도 인상깊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오기의 에피소드들이 모두 경험담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저자가 [82년생 김지영]의 여파로 한 마음 고생이 느껴지는 단편이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이 꼭 내마음같았다. 그 누군가를 향한 내마음... 아니면 그 무엇을 향한 마음...

미안하고 고맙다고 쓴다. 선생님이 보고 싶다고 쓴다. 언젠가 다시 만나자고 쓴다. 하지만 보고 싶지 않다고 쓴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쓴다. 그래도 보고 싶을 거라고 쓴다. 결국 만나게 될 거라고 쓴다.

79 페이지

어찌보면 다소 중구난방인 이 말이 사실은 진짜 속마음이었음을 안다. 보고싶지만 만나고 싶지는 않다. 아니, 사실 보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보고 싶을 거다...... . 사실 다 맞다. 그런 것이다.

썼다가 지웠다가 아닌 적당한 말로 표현할 자신이 없을 때 그냥 마음가는대로 쓰다보면 정말 마음의 소리가 나온다. 그것은 논리적이지 않더라도 그 속에 다 표현되어있고 누구나 그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여덟편의 에피소드... 그 중 익숙한 현남오빠에도 있었고... 코로나 시대를 연상케하는 단편도 있었다. 왜 제목이 우리가 쓴 것인지...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이해가 갔다. 이건 바로 우리 시대의 지금 이야기였다. 김지영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