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라 워터스의 장편소설 핑거스미스와 티핑 더 벨벳을 거쳐서 마지막으로 끌림을 읽었다.
서사가 매력적인 핑거스미스와 다소 관능적인 표현과 솔직한 묘사가 나온 티핑 더 벨벳과는 달리 끌림은 교차되는 일기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데 그 모습이 사뭇 정적이었다.
교도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들, 그리고 다소 생소한 영매나 강신술에 대한 표현들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마거릿은 상당히 노처녀라는 틀에 갇혀서 어느 정도 열등감이 있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그런 그녀가 셀리나를 만나면서 달라진다. 사랑받는 여자로 그려지고 영혼이 위로하는 여자로 표현된다. 아마 마거릿의 정체성은 셀리나를 만난 전과 후로 나뉠 것이다.
하지만 마거릿의 솔직한 자기 표현과는 달리 셀리나는 전반적으로 무언가에 가려있는 기분이다. 솔직히 소설을 읽은 지금에도 셀리나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 그녀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과연 실체인가... 영혼인가...아님 누군가의 꼭두각시인가...
셀리나와 피터 퀵과의 관계 역시 의문투성이다. 과연 피터란 존재는 셀리나가 불러낸 사악한 영혼인가...아님 셀리나 그 자신인가... 모호해지는 셀리나의 정체성이다.
밀뱅크에 출입하는 것이 전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마거릿은 막연하게나마 느낀다. 하지만 그녀는 셀리나 도스의 이름을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담대히 적을 정도로 그녀에게 빠져있었고 다시 또 그곳으로 향한다.
결국 마지막엔 셀리나 도스의 실체를 목격하고 그것에 분노하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그녀는 여기 없고 또 그러하므로 마거릿 또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너무나 셀리나에게 끌림을 당했던 것이다.
셀리나는 마거릿을 오로라로 부르면서 그녀와 함께 떠날 것처럼 그녀에게 자신을 중독시킨다. 그 어떤 모르핀보다 더한 마약성분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