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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정윤희 옮김 / 다연 / 2020년 7월
평점 :
얼마전 지인이랑 이런 이야기를 했다. 단 한 권의 책만 들고 무인도에 가게 된다면 어떤 책을 들고 가겠는지...
지인은 데미안을 답했고 난 제인에어와 (한권은 아쉬우니 두권을 우기면서) 월든이라고 말했다. 왜 그때 월든을 말했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 무인도에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살아야한다면 나도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같은 상태를 경험하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월든이란 책이야말로 나답게 살기에 알맞는 책이란 생각이 들어서 였을 것이다.
세상 가치관에 물들지 않고 이래야 한다 저래야한다. 이렇게 살아야한다. 이런 옷은 한번 입어봐야한다. 이런 음식은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한다. 기타 등 등...수많은 세상적 지침들을 뒤로 하고 온전히 나로 살아본 경험이 과연 있었을까? 있다면 그 기간은 언제였을까? 아쉽게도 나의 경우는 제대로 생각나지 않는다. 아주 어릴 적 엄마 품에서 느꼈던 꼼지락 거림의 자유라면 모를까? 어린 시절도 나름 투쟁 속에서 살아온 나로서는 온전히 나로 산다는 일이 어색한 일이다.
하지만 그 일은 소로는 해냈다. 온전히 무결하고도 순결한 삶, 자연에 감사하고 자연과 함께 눈 뜨고 눈 감는 삶... 그는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의 새로운 형태를 발견했으며 온전히 그로 살아냈다.
그는 말한다. 세상에 삶의 다양한 많은 형태가 있다고 말이다. 우리는 어느 한 길을 고집하면서 나머지 길들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삶의 다양성의 인정... 이렇게 살 수도 있고 저렇게 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우리는 왜 이리 그런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에 인색할까?
남보다 뒤쳐지지나 않을까? 이게 과연 일반적인 모든 사람이 행하는 정룰일까? 나만 이러는 것 아닐까? 하는 수많은 생각 속에 불안을 스스로 키우며 남들과 같아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물론 다른 편으로는 남보다 잘나기위해, 아니면 달라지기 위해 애를 쓰면서 말이다.
소로는 삶이 단순해질수록 우주의 법칙 또한 간결하게 변한다고 말한다. 고독은 고독이 아니며, 가난은 가난이 아니다. 나약한 부분도 나약함이 아니다. 저마다의 다른 기준이 있을 뿐이다. ( 갑자기 어느 한 에세이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저자가 스스로 월급이 너무 많다고 토로한 부분이 생각난다. )
소로처럼 가벼운 옷차림으로 세상을 산책하듯 살고 싶다. 가진게 많아 도둑이 들까봐 항상 전전긍긍하는 인색한 부자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없더라도 하루 살기 족한 음식과 잠자리라면 충분히 만족하는 삶...
정말 나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태어나서 스스로 존재하는 존재 자체로 살아간다는 건 무엇일까?
소로와 함께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콩코드 지방 조용한 호숫가 월든을 그리면서 말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