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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 벽지
샬럿 퍼킨스 길먼 지음 / 내로라 / 2021년 4월
평점 :

소설을 처음 읽을 때는 가볍게 시작했는데... 정말 가볍게 읽었는데... 마지막 장을 덮으니 마음이 무겁다.
신경쇠약이란 또 정신 착란이란 너무도 순간의 일이고 작은 것으로도 트리거가 되어 나타나는 듯하다. 물론 그 속에 무언가가 내재되어있다면 말이다.
소설 속 주인공에겐 그 촉발이 바로 벽지였다. 누런 벽지말이다. 주인공 남편이 여성의 말을 좀 더 주의깊게 들었더라면, 그녀의 병증을 가볍게 취급하지 말고 진지하게 임했더라면 그렇게 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사소한 결정을 미루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을 수반하는가 말이다.
누구나 어린시절 벽지의 무늬를 새고 그 패턴을 그리는 일이 있었을 것이다. 누구나가 아니라면... 사실 나는 그랬으니... ㅎㅎ 벽지의 한 쪽 끝에서 무늬를 세다가 그 길을 잃어버리면 너무 혼란스럽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 지 모르는 당혹감... 더불어서 무언가 무늬들이 점 점 커지다가 알 수 없는 거대한 상으로 다가오는 느낌...
주인공 여성 또한 그 누런 벽지 안에서 뭔가를 발견한다. 무언가 기어나온다. 그 여성만이 느끼는 의식 속에서 말이다.
서문에서 샬롯 퍼킨스는 자신이 왜 이 소설을 썼는 지는 말하고 있다. 사람들을 광증으로 밀어넣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쪽으로 떠밀려 가는 사람들을 구해 내기 위해 썼다고 말이다. 샬롯 퍼킨스의 생활하던 이 시기에는 정신 치료, 심리 상담이 아마 휴식치료 위주였나보다. 샬롯이 상담받은 시기에도 그녀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두뇌 활동은 최대 두 시간 이내로 제한시켰으니 말이다. 그녀는 그 말에 충분히 잘 따랐지만 곧 그녀는 스스로 정신적으로 파멸하는 것을 느꼈다. 이 소설은 이런 샬롯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탄생한 것이다.
제대로 된 병명의 치료를 이끌어 낸 점에서 이 소설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 스스로 신경쇠약으로 3년을 투병한 경험을 녹아냈으니 말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