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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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르다. 그때, 그시절...빅토리아 시대가 눈 앞에 펼쳐진 것만 같았다. 소설은 사실 멈출 수가 없었다. 한 호흡으로 읽혔다. 수가 모드를 대신해서 정신병원으로 실려 간 순간부터는 정말 어떻게 끝이 났나 모를 정도였다.

그만큼 핑거 스미스는 강렬했다.

사실 나에게 이 소설 속 세 여인은 왠지 한 여인으로 다가왔다. 수와 모드 그리고 석스비 부인... 그 세 여자는 본래 한 여인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닮았다. 이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있는데 수와 모드의 관점이 번갈아 서술되어있다. 개인적으로 석스비 부인의 관점으로도 보고 싶은 책이었다. 3부인 것이 아쉽기도 하다. 핑거 스미스 번외판이 나오면 석스비 부인 버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세여인은 서로가 서로를 속인다. 속이면서 생각한다... 내가 제일 잘나가.... 하지만 결국 승자는 누구일까?

게임 끝에 남은 것은 서로가 서로를 잃었다는 것 뿐이다. 수와 모드... 이 둘만 남았다. 하지만 족하다. 이 둘로 족할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말이다.

여성으로서의 동성애 코드 보다는 그 삶이 소설 속 곳곳에 눈에 띈다. 모두들 살아보려 애를 쓴다. 석스비 부인은 부인대로, 수는 수대로, 모드는 모드대로....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대로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 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 순간에 무너진다. 모든 것은 짚으로 지어진 집같아서 사소한 담뱃재로 불 타 없어지는 것이다.

나는 그 순간이 수가 모드의 어금니를 갈아줄 때 첫 시작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언젠가 필연적인 둘의 만남이 있을 테지만 엄마같은 수의 체온에서 모드가 느낀 것은 감정 그 이상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감정은 불처럼 타올랐다. 태초에 자궁을 나눈 형제보다 더 강렬한 끌림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비운의... 아... 어리석은 젠틀먼... 그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머리 좋게 보이는 사기꾼이었지만 시기를 잘 못 맞추었다. 수와 모드 그리고 석스비 부인의... 여자들끼리 느낄 수 있는 진한 감정의 공유를 그는 알아채지 못했다. 모드와 수의 관계는 그토록 빨리 눈치챘으면서 말이다. 만일 그가 더 현명한 자라면 수를 정신병원에 보내는 대신 다른 방법을 강구했으리라... 왜냐면 결코 수는 만만치않은 상대니까...

작가가 아끼는 캐릭터 중의 하나가 이 소설 속 젠틀먼이라고 한다. 음... 그의 버전으로도 읽고 싶다. 젠틀먼이 탄생한 이야기, 그리고 석스비 부인의 이야기... 소설은 끝났지만 아직도 진행 중인 느낌인 것은 왜일까?


​출판사 제공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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