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서울을 걷다
함성호 지음 / 페이퍼로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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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울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사라지는 서울이 아니라, 사라진 서울이다. 바로 예전의 서울이다. 서울은 매년 가도 그 전과 같지가 않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아마 저자의 사라진 서울도 이런 감각과 무관하지는 않으리라...

서울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공항으로 가는 첫 느낌에서 시작한다. 이른 새벽 비행기를 타러 난생 처음 대학 2학년 초 무렵 공항으로 가는 길에 까만 한강변 위로 수많은 불빛이 보였다. 그리고 쉴새없이 이어지는 차량들... 그 불빛... 그 속에서 내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희망이었다. 앞으로 내 청춘의 미래에 그런 불이 켜지리라는 희망... 그리고 그곳에서 나도 저 불빛 중의 하나를 가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 말이다.

지금에 와서는 그 희망은 퇴색해지고 고된 서울살이를 통해 느낀 건 서울은 다시 가고는 싶지만 살고 싶지 않은 곳이 됐다. 그래도 저자처럼 그 시대 사라진 서울이 그립기도 하다. 군데 군데 그림이 들어간 이 에세이는 그런 그리움을 간간히 불러일으킨다.

언제였더라....대학 졸업 후 첫 면접을 보러 광화문과 종로 사이를 헤메던 일, 그리고 누군가에게 일의 괴로움을 털어놓으며 피맛골 뒷편에서 생선 정식을 꾸역꾸역 먹던 일, 집 값을 아끼느라 들어간 반지하가 폭우로 인해 물에 찬 일 등.... 물론 그런 암울?한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입사 소식을 전해 들으며 가슴 뛰던 일, 그 일은 내가 인사동 뒷길을 걸을 때 일어났다. 온통 은행잎이 거리를 덮던 그 해... 인사동 골목 한 편에 위치한 베이커리에서 차가운 샌드위치를 씹으며 기분 좋은 소식을 들었다. 그때 그 거리가 어찌나 아름답게 보이던지 아직도 내 기억에 각인되어있다.

시간이 날때마다 들렀던 서울대 병원 뒷편의 창경궁... 그리고 그 위의 성곽길 까지 ....

가끔 자전거를 빌려 타고 가던 뚝섬 한강길... 고된 일과 뒤에 나만의 공간을 찾으러 잠시 들렀던 도산공원...

모두 지금의 나에게는 사라진 서울이다.

내가 아는 서울이, 그 시절의 서울이 이렇게 사라질 줄 알았다면 그때의 나는 걷고 또 걸었으리라...

하지만 덜 걷고 덜 보고 덜 나선 덕에 내게 있어 서울의 기억은 그리 풍족하지는 않다.

모든 공간, 모든 기억.... 과연 온전한 것이 있을까?

퇴색하고 미화되는 공간의 시간과 기억들....

그리고 난 지금 내 주변을 돌아본다. 언젠가 이 길도 사라지겠지... 그리고 난 아마 그리워하겠지...

더 열심히 보고 걸어야겠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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