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자의 딸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지음, 구유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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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미인 사관학교로 정평이 나와있고 인터넷에 베네수엘라를 쳐보면 온통 미스 00대회 출신 사진이라든지, 지폐가 거리에 흩날리는 사진들 뿐이다. 스페인 여자의 딸인 저자는 1982년생으로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 태어난 기자이다.

나라를 잃으면 국민도 없다. 그 말이 이 글을 읽으면서 실감이 났다. 극 중 주인공 아델라이다는 자신의 이웃 여자의 딸로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스페인행 비행기를 탄다. 나라를 떠나면서 그녀는 말한다. "좆같은 나라, 다시는 나를 못 볼거다." 그리고 빛으로 나오면서 그녀는 다시 한번 속삭인다. 카라카스 ,그곳은 영원히 밤일 것이라고 말이다. 한 나라를 지탱하는 건 과연 무엇일까? 그곳의 선량한 시민들일까? 아니면 무력으로 진압하는 폭력집단인가?

소설 속에서 시위대들은 처참히 짓밟히고 죽어간다. 그 죽어가는 모습 역시 끔찍하다. 아델라이드와 결혼할 사이였던 사진기자는 누군가 그 목을 갈라 그 갈라진 목 사이로 혀를 빼서 죽이고, 한 밀고자 남성은 자신의 목을 손을 들고 그 자신의 고환과 음경을 물고 있다. 어느 것이 더 끔찍한 지 서로 서로 대결하는 듯하다. 그들은 이미 인간이기를, 아니 더 나아가 짐승조차 되기를 포기한 듯하다.

거북이 파이를 먹으면서 그 거북이가 어떻게 죽어갔는지 생각하기 싫어하는 아델라이다... 극 중 아델라이드의 말처럼 스테이크 한 덩이를 얻기 위해서 누가 어떤 칼로 소의 몸을 가르는 지는 애써 생각할 필요가 없다.

여기 나와 있는 베네수엘라의 현실도 그러하지 않은가? 미녀들의 천국 속에 그 안에 있는 것은 버러지가 그득하다. 미신을 믿는 이들은 죽은 이들의 뼈까지 도둑질해간다. 정말 좆같은 나라다. 이런 나라가 국가라고?

세계 제일의 석유매장량을 가지고 있으면서 과연 그 혜택은 누구의 아가리에 쳐 넣고 있단 말인가? 독재가 무력이란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미화될 수 있다면 그 무력을 진압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또 다른 무력일까....

여기서 보안관 여자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를 위해 일하면서 스스로는 생필품을 빼돌려 돈을 챙긴다. 썩은 권력을 무너뜨리는 것은 선량한 시민들의 시위나 투쟁이 아니다. 그 권력이 바로 썩었기에 그 내부에서 무너지는 것이다.

아직 베네수엘라의 사정은 나아지지않았다. 하지만 거기서도 사람들은 살아가고 사랑하고 아이들은 태어난다. 그것이 너무 불행이다. 왜 인간은 (고통받기 위해) 존재하는 걸까?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필요한 생필품을 자국에서 구할 수가 없어서 국경지대인 콜롬바아까지 걸어서 간다고 한다.

권력의 탐욕의 끝은 스스로의 멸망만이 아니라 주변까지 병들게 하는 것에 있다. 그 끝이 무너지는 것은 머지않아 보이지만 대다수 선량한 이들이 고통받는 모습은 보기가 힘들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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