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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 ㅣ 걷는사람 세계문학선 4
알리나 브론스키 지음, 송소민 옮김 / 걷는사람 / 2021년 4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518/pimg_7728831352952177.jpg)
80이 넘은 노인 바바 두냐의 이야기...
자신이 하나의 원자로라면 어떨까? 온 몸에서 방사능이 나오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면 말이다. 여기에 바로 그 사람들이 있다. 방사능에 피폭당한 사람들, 바로 체르노보 사람들이다.
고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 바로 그 중심에는 바바 듀나가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여기 저기서 현재 진형형인듯하다. 일본이 센다이 지역이 바로 그 예이다. 그 쪽에서도 떠난 사람들이 되돌아와서 자신들만의 군락을 이뤄어 살고 있으니 말이다.
바바 듀나가 체르노보를 떠날 수 있게 만든 데에는 어떤 사건, 한 남자의 죽음이 존재했지만 더 나아가 이것은 아이를 지키기위한 바바의 결심이기도 했다. 바바에게는 손녀가 있다. 그녀에게는 아버지를 따라 죽음의 땅까지 온 어린 소녀가 남같지 않게 느껴졌다.
어느날 바바는 손녀의 편지를 받는다. 독일어인지 여타의 외국어인지 그녀는 읽지를 못한다. 손녀 라우라의 편지를 읽기 위해 여기 저기 알아보지만 쉽지만은 않다. 딸을 만난 후 막상 그 편지가 영어로 쓰였다는 걸 깨닫고 이제 영어를 배워서 직접 읽으려고 결심한다.
한번도 손녀를 본 적도 없고, 태어났다는 딸의 말만 들었지만 바바에게 희망이 있다면 바로 라우라를 만나는 것일 테다. 비록 체르노보에서 망자들과 대화하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지만 그녀에겐 10살 어리지만 통하는 이웃인 마르야가 있고, 허약하지만 보살펴주고픈 이웃 페트로프도 있다. 바로 그 이웃들 덕에 바바는 방사능으로 인해 아무도 찾지 않는 이곳 체르노빌에서 살 수 있었다. 물론 그녀에겐 아끼는 정원도 있고 집도 있지만 정작 그녀가 그곳에 살도록 힘을 준 건 바로 이웃들 아니었을까? 죽음의 땅에 기꺼이 함께 할 사람들 말이다.
자연이 오염되면 가장 피해가 심한 건 바로 아이들이다. 새로 자라나는 생명이다. 여든이 넘은 바바 두냐에게는 손녀 걱정이 제일 크다. 손녀를 위해서 깡통에 돈을 모으는 바바의 모습에서 우리네 시골 할머니의 정이 생각난다.
전혀 다르지 않다. 국경을 넘어서도 내리사랑은 왜 이리 비슷한 모습인지 모르겠다.
끝까지 라우라의 편지의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난 바바가 영어를 배우고 그 편지를 읽었으리라 생각된다. 유일한 걱정은 읽기도 전에 편지가 바래는 문제가 남아있지만 그녀는 해낼 것이다.
다시 체르노빌로 돌아왔으며, 교도소에 있으면서 베갯잇 614개를 재봉했으며, 이웃 마르야와도 재회했으니까 말이다.
그녀는 왠지 항상 체르노빌에 있을 것같다. 에브토키야 아나톨예브나로서가 아니라 바바 두냐 로서 말이다. 그곳에서도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니까... 비록 눈 한쪽이 없는 고양이가 태어나는 곳이지만 말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