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 2021 뉴베리상 대상 수상작 꿈꾸는돌 28
태 켈러 지음, 강나은 옮김 / 돌베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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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동화로 들었던 이야기들이 소녀 릴리를 만나서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된다.

사실 내가 가장 무섭다고 생각한 이야기 중 하나였던 해님과 달님 전래동화... 호랑이가 변장하여 어머니가 되어서 어린 오누이를 잡아먹으려던 설정은 흡사 빨간두건 이야기랑 비슷하다. 서양의 빨간두건이 결국 늑대에게 잡아먹히지만 사냥꾼의 도움으로 탈출하여 늑대의 뱃 속에 돌덩이를 집어 넣는 장면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엽기적이다. 하지만 처철히 응징했으니 어떤 통쾌함 마저 느껴진다.

동양으로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해님과 달님에서 오누이는 적극적으로 호랑이에게 대항하지 않는다. 다만 하늘에 빌 뿐이다. 도와주세요. 동아줄을 내려주세요. 들었던 이야기와는 달리 여기서는 계단이 나온다.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비슷하다. 결국 해님과 달님이 되어 이 세상을 환히 밝히게 된 오누이 이야기... 호랑이라는 폭력으로 상장되는 존재에 적극적으로 맞서지는 못했지만 간절히 탈출하기를 소망하여 그 뜻이 하늘에 닿았다.

왜 하필 호랑이일까? 아마 그 시절, 할머니가 소녀였던 그 시절에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거나 산에 가서 봉변을 당한 이야기가 간혹 들려왔으리라... 호랑이로 상징되는 존재는 무척 위협적일 뿐만 아니라 무력감의 또 하나의 상징이었다.

릴리가 호랑이를 덫에 가두려고 한 장면은 삶의 적극적인 대응이라고 생각된다. 나쁜 일도 언젠가는 일어난다면 숨겨져서는 안된다. 빛을 통해 나와야지만 그것이 나중에 어찌 되었든 해결될 수 있다. 결국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는 더이상 조아여가 아닌 존재가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투명인간이 될 수 없다. 호랑이를 알게 된 이상 소극적으로 살 수는 없는 것이다.

할머니의 삶에서 다시 릴리의 삶으로 이어지는 여행... 릴리는 자신의 존재의 끝을 탐구하길 원했다. 더 이상 반쪽짜리 한국인이 아니라 이야기에 뿌리를 내린 진짜 피를 찾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진짜의 것은 국적에서 오는 것도 아니었다. 바로 릴리가 어릴 적 듣고 자란 이야기 속에 있었다. 그 이야기들이 하나 둘 별로 변하듯이 릴리 속에 자리잡아 진짜 릴리를 만든 것이다.

저자인 태 켈러는 아마 그러한 이야기의 힘을 전하고자 이 책을 쓴 것은 아니었을까?

어릴적 동화, 이야기... 그것들은 그 자체로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 안에 별이 되어 남아있다. 이 시간 내 어린 시절에 들었던 이야기들을 다시 반추해보고 싶다. 그것이 실은 나를 만들었으므로......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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