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초라한 반자본주의
이수태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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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조용하고도 정갈한 에세이다. 저자의 글들을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니 여름날 바람이 솔 솔 부는 시골집 대청마루에서 얼핏 잠이 들었다가 깬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추운 겨울날 따뜻한 차 한잔 대접 받은 느낌이랄까... 소근소근 들려주는 옛 이야기들로 마음을 청소한 기분이 드는 건 왜 일까?

에세이는 그 사람이다. 글을 읽고 드는 생각이다. 에세이는 그 사람의 생활이자 삶이다. 작가님의 성정이 고스란히 책 속에 묻어나온다. 제목이 초라한 반자본주의라고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왠지 다이몬드같은 변하지 않은 보석이 있는 듯하다.

젊은 부부에게 다른 딴판의 사고가 세상에 있다는 사실을 주지하고자 그가 했던 말은 참 인상깊었다. 그리고 그런 말을 하고 또 마음에 걸려서 모순의 사고를 끄집어낸 그를 보고 그 마음쓰임이 너무 애틋했다.

가끔 가진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 자주한다. 특히 이사를 해보면 안다. 이렇게 욕심들여 살 필요는 없었는데 그 순간 순간 갖고 싶다는 생각에, 그리고 이쯤이야 라는 생각에 불편을 감수할 결심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군더더기에 신경을 쓰면서 시간을 온통 거기에 잡히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말이다.

저자의 소박한 하루, 그리고 무엇보다 그 마음가짐을 배우고 싶다. 페허를 사랑하고 고요한 시간을 즐기고 정갈함을 몸소 실천하는 삶...... .

데이비드 소로처럼 시골에서 땅을 일구고 자급자족하지않고도 저자처럼 도시의 반자본주의자로 살 수 있다면 어떠할까? 어마어마한 유혹들에 휩싸여 난 아마 정신을 잃을 지도 모른다. 난 너무 유혹에 약한 자이니 말이다. 차라리 유혹이 없는 곳에서, 물론 스마트폰이니 문명기계가 없는 곳에서 산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무료할 것같다. 오히려 하루 하루 먹고, 자는 것만 신경쓰면 되니 괜찮으려나 싶기도 하지만...

저자의 반자본주의의 삶... 이는 강요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경지다. 끊없이 스스로 성찰하고 싸워야하만 가능하다. 어찌보면 소박하게 사는 것이 그래서 부유하게 사는 것보다 사실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

반자본주의 삶에는 바로 반성과 자기 성찰이 있다. 하지만 부유한 삶에는 그 어떤 반성도 성찰도 들어갈 구멍이 없다. 이미 너무 가득 차 있다. 또 그것을 유지하려면 보이는 틈을 메워야한다. 하지만 소박한 삶에는 여유가 있다. 바람이 통하는 숨구멍이 있다. 그 틈으로 바람이 불어올때 우리는 그것을 자유라 말한다.

여기서 미니멀리즘을 소환하지않아도, 다시금 소로를 그의 통나무집에서 불러 오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어떤 삶이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인지를 말이다. 모든 것은 그리고 개인의 선택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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