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김열규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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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죽음에 대한 총체적 결산 장부를 본 느낌이다. 죽음에 대한 끝판왕이라고 할까...

저자는 끊없이 죽음을 기억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죽음과 삶이 사실은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한 어머니에서 태어난 같은 자식인 것이다. 탄생과 죽음이 있다면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사실 중요하지않다. 탄생의 발목을 죽음이 잡고 나오든, 죽음의 발목을 탄생이 잡고 나오든지 어찌되었든 그 둘은 영원히 순환한다.

한 아파트의 개발현장... 거기에 대규모의 공동묘지가 있었다. 오랫동안 터를 잡고 죽은 자를 영접해온 땅... 이 땅에 소동이 일어났다.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의 팻말 시위... 저자는 그 상황을 이렇게 표현한다.

" 산 자들이여, 당장 너희가 나가라! " 죽음을 삶과 동일시한 저자의 울분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난 외국 여행을 할 때면 꼭 가보는 장소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무덤을 찾아간다. 우리나라 무덤과는 다르게 외국의 무덤은 그 자체가 관광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오스카 와일드의 무덤, 도스토엡스키의 무덤, 그리고 일본의 외국인 묘지들...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많은 묘지들이 있다. 나중에 가보고 싶은 곳은 아르헨티나의 에비타의 무덤이다.

그 중 일본 하코다테 여행 중에 들린 외국인 묘지는 잊을 수가 없다. 묘지를 따라 가는 길에 노을이 졌는데 그 풍경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묘지는 고국에 돌아가지 못한 외국인 영혼들이 죽어서라도 고향을 볼 수 있도록 바닷가를 바라보게 지어져서 그런지 묘지 앞으로 보이는 바다가 그 자체로 기막힌 풍경이 되었다. 그때 그 공간에는 왜 인지 나밖에 없었는데 그 느낌이 꼭 산 자와, 죽은 자 모두 한 곳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거기서 삶과 죽음은 이원화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무서운 느낌은 커녕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트라피스틴 수도원에서 조용히 기도드린 일...... .

언제가 누구에게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 산에 올라갔더니 한 쪽은 도시의 불빛으로 가득찬 곳이 보이고 바로 정 반대 쪽은 고요한 무덤으로 꽉 찼다고 말이다. 산 꼭대기를 가운데 두고 팔을 벌리니 한쪽은 삶이고, 한쪽은 죽음이라고 했다. 산 자의 세계... 확실히 지금은 산 자의 세계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 하지만 산 자가 꼭 산 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산 자는 언젠가 죽을 자이고 무덤으로 돌아갈 자이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할때 우리는 제대로 살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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