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가위손 - 공포의 서사, 선망의 서사
도정일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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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가위손은 저자가 전부터 써온 문화 전반에 걸친 칼럼들을 한 데 모은 책이다. 이 책에는 저자의 문화에 대한 이해도부터 시장과 한국인문학, 도덕과 윤리, 남북 공존, 독서 체험 까지 폭 넓게 망라되어 서술되어 있다.

그 중 내게 인상깊게 다가왔던 것은 가치의 물구나무란 대목이었다. 그리고 21세기를 위해 해야할 것이 사회갱신의 작업이란 점도 인상깊었다.

얼마 전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7주기였다. 저자의 책에서는 씨랜드 참사로 인해 어린아이를 잃은 전 운동선수 출신 어머니가 그녀가 가진 훈장을 모두 반납하고 이민을 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이 곳은 사람이 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씨랜드 참사를 겪은 아이가 살았다면 지금 몇살이나 되었을까? 2019년이 씨랜드 참사 20주년이었으니 아이러니 하게도 세월호의 아이들과 비슷한 나이였으리라 추측된다. 그 어머니는 세월호를 뉴스로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내 아이를 씨랜드에서 잃지 않았다면 또 다시 세월호에서 잃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끔찍한 상상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참사 공화국이다. 그것도 아이들과 관련한 이런 대참사는 뼈 아픈 고통을 유발하며 그 상처는 결코 치유되지 않는다.

아이를 잃은 후 이 나라를 떠나는 어머니 더불어 삼풍백화점 붕괴때 딸아이를 잃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버지에 관련된 일화도 언급되는데 저자는 이 둘의 떠남을 같은 것으로 보고 있다. 나라를 떠나는 것과 죽음으로 떠나는 것... 아이를 떠나게 한 나라에서는 그 어머니, 그 아버지도 떠나야함으로... 아직 국회 앞에서는 세월호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한다. 그들이 왜 그곳에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땅을 떠나지 못하는 그들이 오로지 생존하는 방식은 아이들 곁에 머무는 일이다. 그리고 어둡게 가려진 진실 사이에서 조그만 횟불을 드는 일일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사회 갱신의 작업이란 무엇인가? 겨울이 오기 전 나무가 그 자신이 가진 잎을 모두 떨구고 새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하듯 우리 사회도 이러한 사회적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관행이라 여겨지는 무분별함을 다 털어내야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저자가 언급한 가치의 물구나무서기다. 스스로가 무엇이 중요하고 옳은지 판단조차 못하고 불분명하게 되어 버렸다. 특히 요즘 뉴스에서 언급하고 있는 LH 사태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나만 잘살고, 나만 법망을 잘 빠져나가고, 돈이 들어올때 확 벌어야하고, 인생은 타이밍이고, 영끌이니, 뭐니...... . 이 모든 것이 과연 정상일까? 우리 사회에서 정말 중요한 게 과연 부자가 되는 것일까? 사람답게 사는 사회, 씨랜드나 세월호같은 참사가 없는 사회, 가습기 살균제 피해나 맥도널드 햄버거 병등을 유발한 대기업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사회, 그런 사회로 먼저 나가야하는 것 아닐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고, 그들을 지켜주는 사회가 우선이다. 어설픈 난간 위에 서서 고급 파티를 즐기는 것보다 튼튼한 내 집에서 소박한 밥상을 받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곡성의 대사가 메아리친다. "도대체 뭣이 중한듸...... ." 사람이 없으면 결국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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