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 - 50인의 증언으로 새롭게 밝히는 박원순 사건의 진상
손병관 지음 / 왕의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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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한동안 먹먹했다. 과연 어디에서 이 실마리를 풀어야할지 모르겠다. 한 인간의 죽음이 이렇게 많은 숙제를 내준건...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숙제를 다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 손병관은 그동안 시청 출입기자로서 목도한 것을 시장실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인터뷰를 하고 거기에 대한 의견을 써내려갔다. 혹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시장실 사람들을 비호하고 박원순의 죽음을 미화한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죽음 자체는 결코 미화될 수 없으며 말할 수 있는 이가 죽었다면 그의 입장에서 최대한 변호를 할 사람들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피해자 잔디의 말만 넘쳐나는 현실에서 인간 박원순은 그 누가 대신 변호해준단 말인가...

한 사람을 판단하려면 그의 생각이나, 말이 아닌 그의 행동을 보라고 했다. 자기 재산을 거의 기부하고 빚더미에 앉은 시장... 말 한마디에 전전긍긍하면서 다 기억하고 섭섭해하는 시장... 그리고 그 때 그에게 덮친 무기력감과 우울증....

시장은 작은 실수라고 표현했다. 책에서 유추해보건대 그 작은 실수란 것은 잔디와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나눈 대화인것같다. 그래서 문제를 삼으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 텔레그램 대화 이후 박원순 시장은 잔디와의 대화를 차단했으며 그 후 유서 한장을 남긴 후 죽음을 택했다.

시장직을 걸고 모든 사태에 대응하겠다던 말은 곧 무기력감으로 이어졌다. 그건 그가 예전에 변호한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이 생각나서가 아닐까... 결국 그가 변호를 맡아서 승소한 사건이지만 도로 그에게 부메랑이 되어서 다가왔다면...

책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잔디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싣지 못한 점이다. 물론 기자 자체가 간절히 원하는 일이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좀 시간이 지난 후, 저자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잔디가 인터뷰에 응하고 그 내용을 실어서 추가로 나왔으면 한다.

그리고 너무 과도한 잣대로 스스로를 진단하지 말았으면 한다. 과도한 도덕적인 잣대... 스스로가 쌓아올린 명성...이 모든 것이 삶보다 뭐가 중요하다는 말인가... 그냥 인간이다. 실수하고 무너지고, 다시 실수하는 인간...우리 모두는 말이다.

얼마전에 인스타그램에 실수로 사진을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자살을 택한 여행사 대표의 안타까운 이야기도 있었다. 말그대로 그냥 실수다. 우리 모두는 그럴 수 있지않은가... 창피하지만, 부끄럽지만 그것을 딛고 다시 일어서야한다.

어떤 죽음은 또다른 형태의 가해가 아니라.... 죽음에 이르게한 모두들이 바로 가해자이다. 무분별한 언론, 그 펜촉도 바로 치명적인 가해다.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죄 짓지 않은 자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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