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지 않아도 유효한
해이수 지음 / 뮤진트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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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기억이 안나도 좋다. 그 약속을 기억하지 못해도 말이다. 그 약속은 유효하다. 네가 기억하지 못해도, 설마 내가 기억하지 못할 지라도... 이 책에는 이런 기억들이 오롯이 적혀있다. 저자 특유의 서늘하지만 따뜻한 문체로 말이다.

내가 해이수라는 이름 석자를 접한 건 (물론 그 이름이 흔한 건 아니어서 잊혀지질 않기도 했지만) 한계레센터 강좌 표지에서다. 서울에서 있을 때 무료한 주말 시간 난 무언가를 해 보려고 이리 저리 기웃 기웃 했던 것같다. 거기서 문학 강좌란에 강사 해이수...소설가 해이수라는 이름을 만났다. 아..그래, 이것 한번 들어봐야지... 그때 바로 수강신청을 했다면 해이수 작가는 내가 아는?사람이 되었을 테지만 난 그러지 못했다.

이왕 배운다면 그리고 소설가 해이수한테 배운다면 최소한 그가 쓴 글들을 읽어야하지 않겠나가 내 지론이었다. 책방에서도 사고, 중고서점에서도 그의 책을 만났다. 젤리피쉬, 캥거루가 있는 사막 등은 그 시절에 읽은 책들이다. 책들을 열심히 읽고서도 난 그의 강좌 대신 다른 강좌를 수강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문학 강의, 글쓰기 강의가 약간의 부담으로 다가온 것같다.

그 후 그 이름을 볼 기회는 없었는데, 참 우연찮게 그 이름을 만났다. 바로 블랙리스트에서 말이다. 각 종 블랙리스트가 쏟아져나오던 정권 말기에 이창동 영화감독과 함께 해이수 소설가도 있었다. 뉴스 화면으로 언뜻 지나간 수많은 이름 중에 유독 내 눈에 들어온 이름이다.

그러다가 이제 책으로 만났다. 소설도 아닌 에세이로 말이다. 에세이 안에서 온전히 해이수라는 사람을 느낄 수 있었다. 소박하면서 순수하고 어릴 적 누나 책상을 들락날락하면서 책도 읽고 글도 쓰는 그의 모습도 그려지고, 히말라야를 걷는 그의 모습도 상상이 됐다. 그리고 지금 아마 그는 미얀마 사태에 가슴아파하고 있을 것같다. 그 책에서 그 나라에 대한 애정이 느낄 수 있었기에... 다시 그의 소설을 읽어 보고 싶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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