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동안 봄이려니 - 역사의 찰나를 사랑으로 뜨겁게 태운 그녀들
이문영 지음 / 혜화동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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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나온다. 개중에는 내가 아는 여성들도 있었지만 모르는 여성이 더 많았다. 특히 여성으로의 삶이 그토록 파란만장했는지는 책을 읽고 알게 된 사실이 많았다. 역사 속 인물로는 장희빈, 천추태후, 황진이부터 윤심덕, 이혜련, 가네코 후미코, 주옥경, 권기옥까지...... . 많은 여성들이 각자의 상황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삶을 살아왔다. 그중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은 박열의 가네코 후미코였다.

영화 박열을 너무 재밌게 본 탓인지..자꾸 가네코의 얼굴이 극 중 최희서로 그려졌다. 그녀가 박열의 시 개새끼를 읽고 그에게 첫눈에 반해서 동거를 제안하고 동지로 함께한 일화는 실로 감명스러웠다. 더구나 그 일제의 감시가 무시무시하던 때에 일본인으로 조선 인삼장수 행세를 하면서 아나키스트 운동을 하고 박열의 열정적인 후원자를 자처하다니 말이다.

그녀가 박열에게 제안했던 동거 조건은 지금 생각해도 파격적이다.

동지로서 함께 살 것

내가 여성이라는 관념을 제거할 것

둘 중 하나가 사상적으로 타락하여 권력자의 손을 잡게 되면 즉시 공동생활을 관둘 것

가네코 후미코


가네코 후미코가 아니라 조선인으로 태어났더라면 그녀는 아마 광복군이나 독립투사가 되어있을 듯하다. 그녀가 감옥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자결한 것은 조선인도 일본인도 못 되었던 그녀 자신을 위한 최후의 선택이었을까? 더 이상의 이방인의 삶, 환영받지 못하는 삶은 이제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았으므로 말이다. 그녀는 누구보다 그 시대 어떤 조선인보다 더 조선인다운 삶을 산 생물학적 일본 여성이었다.


출판사 제공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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