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용도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마크 마리 지음 / 1984Books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니 에르노에게 있어서 사진은 그녀의 특별한 무기이다. 과거가 박제되어 있는 사진 속에서 그녀는 무언가를 끌어내고 다시 글로서 한번 더 상기시키고 구하고 또 다시 박제한다.

에르노의 인터뷰를 보면 그녀에게 사진은 삶보다는 죽음의 흔적에 가깝게 여겨진다고 한다. 사진은 정지된 시간이며 죽음, 소멸 쪽에서 고찰된 삶이다. 그것은 구원하지 못한다. 아무 말이 없으니까... 오히려 그것이 과거의 고통을 파고 들어간다고 여긴다.

사진을 보면서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그녀는 글을 쓴다. 사진이 시동장치의 역할일뿐이다. 여기 사진의 용도에서 그녀의 그러한 시동장치 역할을 사진은 명백하게 해내고 있다.

섹스의 흔적, 간밤의 이부자리의 흔적에서 출발한 사진이지만 그 용도는 바로 글쓰기이다. 바로 그녀 자신 스스로를, 아니 세상을, 아니 순간을 구하고픈 그녀의 시동장치 역할을 사진이 해낸 것이다.

저자의 암투병의 과정도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저자의 남자관계 또한 여실히 드러난 어찌보면 비상식적인 사생활의 노출일지라도 사진은 그냥 그것대로 진실되게 현실을 반영할 뿐이다.

우리가 사진에서 들여다보는 것은 사진 밖의 무언가가 아니라 바로 사진 속 세계일 뿐이니까... 그냥 사진 속 물건의 배열일 뿐이니까 말이다. 거기에 더 의미를 두는 것은 개인의 자유겠지만 말이다.

저자는 사진을 계속 찍으면서 그것은 더 이상 마지막 몸짓이 아니며 글쓰기 작업의 일부라고 했다. 이제 사진은 그녀의 삶 속에 깊이 들어왔음을 느낀다. 그녀는 이제 무엇을 보든 사진을 찍을 것같다. 찍지는 안더라도 생각을 하겠지... 사진은 이미 글이며 글은 그녀의 상태며, 그 상태야말로 진정한 그녀 자신이니까 말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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