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스페셜 에디션 - 영혼의 시 100선이 추가된,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헤르만 헤세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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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알던 데미안은 이제 없다. 예전에 읽은 데미안이 사라졌다는 말이다. 다시 읽은 데미안에서 나는 무엇을 만난 걸까? 흐려진 기억 속이 좀 더 선명해진 느낌, 뿌연 욕실 거울을 손으로 훔쳤을때의 선명함 정도....... 아마, 그 정도일 것이다.

전에 왜 내 기억 속에 데미안이란 존재가 강렬했는 지 모르겠다. 그만큼 데미안은 신적이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모른 척 세상과 적당히 섞여서 살아가는 존재말이다. 싱클레어란 인물에 대해서는 기억조차 안났다.

하지만 다시 읽은 데미안은 바로 싱클레어였다. 이제 데미안과 싱클레어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조차 없다.

우리가 처음 맞게 되는 어둠의 빛... 어둠에 대해서 어찌할 줄 몰라 할때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말한다. 두개의 세계가 있다고 말이다. 신에게 경배하는 것처럼, 악에게도 경배해야한다는 다소 이단적인 말을 한다.

밝은 세상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속은 참으로 어둡다. 어두운 것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극 중 자살을 시도할 뻔한 크나워의 욕정이란 자연스러운 것인데 불편하고 어찌보면 악에 가깝다. 자연이란 악인걸까? 아니면 자연스러운 거라 미화하는 것, 그 자체가 악인 걸까? 에바부인에게 연정을 품는 싱클레어의 욕망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고, 가끔 명상에 빠져 혼이 나간듯, 이 세상에 없는 듯한 얼굴을 하는 데미안을 제외하곤 그 주변 세상은 왠지 비정상적이다. 정상적인 것이 있다면 말이다.

데미안은 우리가 처음 느끼게 되는 악이란 존재, 그리고 불편함이란 존재, 그 느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 지를 보여주는 것같다. 극 중 아브락사스란 신의 이름이 등장한다. 알에게 깬 새가 날아오르는 최초이자 최종의 목적지는 바로 아브락사스에게 가는 길이다. 그 신은 이중적이다. 악과 선이 동시에 있다.

악이란 정말 무엇이고, 선이란 무엇일까? 데미안을 읽으니 다소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왜 창세기에서 선과 악의 구별을 할 수 있게 된 인간에게 신이 큰 벌을 내렸는지 알 것같기도 하다.

나의 세계는 아직 단단한 껍질 속에 있는 것같다. 난 아직 아브락사스에게 갈 준비가 안 된 것같다. 데미안이라면 뭐라고 대답해줄까? 내 속의 데미안에게...그리고 싱클레어에게 묻고 싶다. 이 어둠을 어찌 할지 말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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