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스페이스 | 미래 도시 채석장 시리즈
렘 콜하스.프레드릭 제임슨 지음, 임경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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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건축가의 임무는 건축 속에 역사와 공간의 의미를 담아내는 것이 아니다.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웅장하고 세련되며 항구적이고 기념비적인 구조물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것도 아닌다. 대신 건축가가 참조해야 할 단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쇼핑이다. 모든 건축과 도시계획은 쇼핑을 담아낼 수 있는 비닐봉지를 만드는 것과 관계를 맺는다. 건물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정크스페이스의 상부구조는 건축이 아니라 쇼핑이기 때문이다.
"정크스페이스는 거미 없는 거미집이다."
정크스페이스는 모든 도시 공간을 점령한다....... . 공항은 이미 거대한 쇼핑몰이 된 지 오래이고, 학교는 현명한 소비자의 훈육이라는 모순 형용을 모토로 삼는다. 모든 길은 쇼핑으로 통하고 그것의 최종 목적지는 금전적 거래의 완성이다.

쇼핑은 더 이상 문화적 사회적 선택 사항이 아니다. 정크 스페이스가 인간 주체를 양육하고 재생산하는 생태 환경을 조성한다.

이상은 이 책 말미에 나오는 인상 깊었던 구절이다. 세계를 거대한 비닐 봉지로 규정하고 그 속에서 소비하는 인간 모두를 쓰레기의 적극적 생산자로 보았다. 어찌보면 맞는 말이다. 사는 일이 소비하는 일이고 결국 쓰레기를 만들고 공간을 병들게 한다.
건축가들은 더 이상 미적인 것을 고민하지않는다. 무조건 좁은 공간의 효율성을 우선시한다. 한 공간에 최대한 많은 수납장을 넣어야하고 팬트리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켜야한다. 그래야 더 많이 소비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거리로 나가면 상점이 인접해야한다. 최대한 가까이 편의시절이 있어야한다. 대형 백화점이나 할인 매장이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학교 교육은 소비의 미학을 가르쳐야한다. 그래야 경제가 돌아간다고 말이다. 그리고 투자를 강조하고 돈이 돌게끔해야한다.

어떤가? 너무 끔찍하지않는가? 인간이 정크 스페이스의 중심이 되고 소비의 아이콘이 됐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더 이상 북극곰의 안전을 고민하는 대신에 북금곰이 그려진 에코백을 대 여섯개 갖고 있는 현실이다.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기에 유토피아라고...
그럼 한번 어디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스페이스를 꿈꿔보는 것은 어떨까? 더 이상 정크 스페이스는 아닌 곳으로 말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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