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의 집 - 개정판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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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엔 그저 가난한 동네 이야기 인 줄 알았다. 그곳에 즉, 삼벌레 고개라는 곳에 새댁이 이사오면서 펼쳐지는 생동감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중후반부터 급물살을 탄 소설은... 새댁의 병원행... 모두 다 뿔뿔히 흩어지는 결말을 맺으면서 슬프게..그렇다. 참 슬프게 끝이 났다.
소설 중간 중간..무슨 모의하듯... 새댁네는 수상하게 비춰진다. 안원네 아버지는 스파이 원과 은철에 의해 도둑으로 이미지가 씌워진다. 결국은 빨갱이란 오해를 쓰고 사형장의 이슬이 되버리는 원이네 아버지...
원이는 그 이유가 자신이 우물에 묶여있을 때 아버지를 저주하여 생긴 일이라고 오해를 하게 되고 결국 입을 닫아버린다. 원에게 유일한 위안은 바로 동생 희다... 인형 희... 영 원 희 의 희 말이다.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누가 널 안원해서..이름이 안원인가보다..했을때 원은 소리없이 울었다. 그리고 누가 영 원 희 의 이름을 제안했을때 너무 기뻤다. 아이들에게 사소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소설을 읽다가 빨갱이 운운하는 장면에서..혹시..인혁당 사건? 했다. 소설의 배경에 대한 고려없이 상상력으로만 읽다보니 이런 촉도 생겨나는 것같다. 찾아보니 역시 그 사건이 배경이었다.
구체적인 역사적 지식은 없더라도 인혁당 사건이 얼마나 날조된 비인간적인 재판이었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 시절에나 가능했을 고문과 속전속결의 사형 재판...
원의 아버지는 영원희 사라졌고, 원의 어머니 또한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억울함에 미쳐 버린다. 그토록 총명했던 새댁이 한 순간에 벽만 보며 웅얼거리는 신세가 됐다.
역사란 무엇인가? 옛 것을 보고 새 것을 배우고, 과거를 보고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최근 사법부의 문건들이나 재판 과정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같다.
살인의 추억의 진범이 잡히고 새 재판에 따라 무죄로 선고받은 윤성여씨... 재판은 빨리 끝났으나 책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 생각엔 가장 먼저 사죄해야할 사람은 법봉을 휘두른 판사 그리고 검사...같은데...너무 근엄하게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었다는 태도로 그 자리에 있는 것같다. 사과나 사죄가 그렇게 힘든 것인지...
권력을 지닌 겸손한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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