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 2021년 피터 팬 상 수상작 미래그림책 167
아네테 멜레세 지음, 김서정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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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키오스크는 올가의 일터이면서 집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이웃들을 만나고, 일을 하고, 편안하게 쉬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합니다.
그리고 꿈을 꾸는 곳이기도 합니다. 키오스크가 인생인 올가는 늘 여행 잡지를 읽으며 석양이 황홀한 먼바다를 꿈꿉니다.
잡지에서 사진을 오려 붙인 걸 보면, 언젠가는 꿈을 이룰 것 같습니다.

키오스크가 넘어졌지만, 올가는 키오스크를 빠져나오지 않습니다.
키오스크를 들어서 이동할 만큼 키오스크는 올가에게 아주 중요한 곳입니다.
누군가는 벗어나야 할 현실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올가에게는 삶의 터전입니다.
올가는 그토록 꿈꾸던 해변가에서도 키오스크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저에게 있어 '키오스크'는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가족, 집, 그림책 독서모임... 이것들을 벗어나서 살 수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올가가 키오스크를 벗어나지 않고 석양을 즐기는 것처럼, 아무리 황홀한 것을 경험한다고 해도 가족 없이 하고 싶지는 않네요.

2. 어떤 사람은 현실을 살지만, 늘 현실 밖에 있습니다.
현실이 싫거나 지루한 건 아니지만, 늘 자기에게 없는 것에 관심을 둡니다.
올가는 바다를 꿈꾸었고, 기상천외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꿈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키오스크에서 석양을 바라보면서도 또 다른 곳을 꿈꿉니다.
다음번엔 산으로 갈 것 같네요.
그땐 키오스크를 들고 가지는 못할 듯합니다.
산자락에 자리를 잡을 수도 있겠지만요.

늘 새로운 것을 꿈꾸는 삶은 어찌 보면 뜬구름 같습니다.
지금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없다면 늘 둥둥 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SNS를 하다 보면, 멋진 곳, 맛있는 것, 황홀한 경험, 행복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나는 그렇지 않은데, 사람들은 좋겠다는 마음이 절로 들 것 같습니다.
그러면 마음을 잡기가 힘들겠지요?
자신의 일상과 소명에 진심인 사람들이 꾸는 꿈이 진짜 아름답습니다.

* 동명의 애니메이션도 재미있습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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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무 씨의 달그네
고정순 지음 / 달그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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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무 씨의 친구들이 달로 떠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답답하고 숨 막히는 지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겠죠.
'현실 도피'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고는 버텨낼 재간이 없는 사람들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겨운 삶을 바꿔보겠다는 사람들을 마냥 비난할 수만도 없을 겁니다.
그렇게 마음 먹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달에 가면 뭐가 달라져? 지구보다 더 환경이 좋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러면 어쩌지? 하면서 현실에 안주할 수도 있을 거예요.
허황된 꿈을 좇아 가느니 차라리 일상을 성실하게 살아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어요.
달로 떠나든 지구에 남아 있든, 모두 쉬운 일은 아니겠다 싶어요.

2. 무무 씨는 달에 가면 달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가지 않는다고 해요.
날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달을 달에서는 볼 수 없을 거예요.
무무 씨가 만든 달그네를 타면 당일에도 여러 모습의 달을 볼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혹시 무무 씨는 매일 같은 모습을 보는 것이 지겨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ㅎ

자녀들을 키우며 매일 똑같은 모습만 본다면? 나이를 먹어도 성숙해지지 않는 모습을 본다면? 인간다운 인간으로 자라기를 바라는데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다면, 부모로서 슬플 거예요.
물론 변하지 않는 자녀들은 없어요.
매일매일의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부모의 레이다 때문에, 변화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겠지요.
어른이 되어 간다는 건, 지난한 기다림이 없이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봐요.

3. 무무 씨가 날마다 조금씩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달은 늘 똑같은 모습으로 떠 있어요.
달그림자가 물 위에서 흔들려도 달은 그대로예요.
다만 우리 눈에 그렇게 보일 뿐이죠.

무무 씨는 매일 달을 봤어요.
고단한 날에도,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날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날에도 달을 봤죠.
무무 씨는 달을 보면서 일상을 살아요.
다른 사람들이 달을 향해 불나방처럼 날지만, 무무 씨는 변함없이 자기 자리를 지켰어요.
물론 외롭고 괴로운 자리일 거예요.
우리가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우리를 붙들어주는 것이 있다면, 얼마나 많은 위로가 될까요?
그것이 변함없는 존재일 필요는 없지만, 해나 달처럼 늘 신실하게 떠 있을 수 있는 존재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4. 무무 씨는 친구인 '마니'가 '너만의 달'을 만나길 바랐어요.
'무무'와 '마니'.
이름에서 주는 의미가 있을 것 같네요.
마니 가지면 행복할까요? 없이 살아도 '나만의 달'을 만나면 행복할까요?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요?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을 뜻하고,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을 뜻한다고 합니다.
행운만 찾다가 행복을 놓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매일이 행복하지 않으면, 행운이 왔을 때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행복을 찾아 달로 떠난 사람들은 정말 행복을 찾았을까요?
그들이 찾는 건 '행운'이기에 '행복'을 찾는 게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되네요.

덧. 무무 씨가 행복하게 보이지 않는 건 저만 그런가요?
사랑하는 달과 가까울 수 없어서 그런 걸까요?
무무 씨에게도 달로의 여행이 필요할 수도 있겠습니다.

* 표지의 달이 칼데콧 메달처럼 보이네요.^^ 작가님에게 좋은 계기가 되는 작품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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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였구나
전미화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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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룡은 누구였을까요?
누군데 갑자기 나타났을까요?

여자는 짧은 시간을 함께 보냈던 친구를 생각해냈습니다.

"아, 너였구나."

공룡이 사는 마을의 공룡들은 언제든 여행을 떠날 수 있게 준비를 한답니다.
여행을 갈 수 있는 건 최고의 행운이라나요.
누군가 기억해주면 나타나서 함께하는 공룡.

누군가에게 잊혀진다는 것은 힘든 일이겠죠?
잊는 게 힘든 사람도 있겠지만요.

그동안 짧은 만남 속에서 인연을 맺고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 가끔 떠오르는 사람이 생겨요.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2. 가끔 누군가에게 전화가 옵니다.
누구라고 뜨지 않고 번호만 보이는 전화.
그럼 누굴까 하고 살짝 설레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죠.

핸드폰을 바꾸면서 전화번호가 날아간 모양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의 전화번호도 안 뜨니,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저의 모습에 상처를 받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어, OO아, 반가워.'가 아니라 '누구세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데, '내 번호 지운 거야?'라고 오해를 하니 말이죠.

스마트폰은 스마트한데, 저는 그 부분에서는 결코 스마트하지 못하네요.
기억에 있는 전화번호가 몇 개밖에 없네요.ㅎㅠ

3. 공룡이 과거의 나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시절의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누구와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
아예 기억조차 할 수도 없는 시절도 있겠지요.

점점 과거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한때는 어떤 꿈을 꾸면서 살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기억나는 부분조차도 그저 관념 속에만 있네요.

과거의 일에 대한 나의 기억을 믿을 수 없고, 내가 확신했던 것들조차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 의해 무너질 때, 도대체 나는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 건지... 나의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면, 기억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네요.

아무튼 지금이 중요하고 미래의 삶에 대한 계획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더 큰 것 같아요.
그러니 과거는 과거일 뿐, 크게 연연하지 않고요.

4.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얇고 넓은 관계보다 깊고 두터운 관계 맺기에 힘쓰게 됩니다.

"풍선처럼 부풀었다 금세 얇아지는 관계 속에서 그 봄을 기억했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으며 살아가는 걸까?"

"여행의 시작은 기억"이라고 하는데, 무엇보다 사람을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은 무엇을 기억해야 할지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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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메옹을 찾아 주세요 - 셀레스틴느이야기 1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5
가브리엘르 벵상 / 시공주니어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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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브리엘르 벵상의 셀레스틴느 이야기 중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곰 아저씨와 생쥐 셀레스틴느는 한 집에 살지요.
에르네스트 아저씨는 셀레스틴느에게 정말 다정합니다.
아저씨라 그럴까요?
아빠라면 오히려 더 힘들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ㅠ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다정하게 대해야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친할수록, 가족일수록 더 조심스럽게 대화하고 다정스럽게 대해야겠죠?

에르네스트 아저씨는 전 세계 많은 부모들을 부끄럽게 하는 인물입니다.
제가 자주 보는 '비 오는 날의 소풍' 속에서도 에르네스트 아저씨의 행동은 놀랍습니다.
아저씨는 비가 오는데도 '비 안 오는 셈 치자'고 하죠.
이 이야기 속에서도 놀라운 대응 방법을 보게 되는데요.
직접 확인해 보시고요.^^

2. 아이들이 떼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에르네스트 아저씨처럼 해야만 할까요?
누구나 아저씨처럼 할 수는 없지만, 그 마음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셀레스틴느를 향한 사랑은 정말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거예요.

안 되는 것은 끝까지 안 된다고 해야 아이들이 혼란스럽지 않아요.
엄마는 안 된다고 했는데, 아빠는 된다고 한다면, 아이는 계속해서 떼를 쓸 수밖에 없죠.
부모는 안 된다고 했는데, 할머니는 된다고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안 된다고 하는 사람만 나쁜 사람 되고, 아이들을 훈육하는 데는 어려움이 가중되죠.

된다, 안 된다의 기준은 명확해야 합니다.
그럴 때 아이들은 떼쓰지 않고 스스로 생각해서 행동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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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미자! - 2020 나다움어린이책 노란상상 그림책 58
박숲 지음 / 노란상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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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미자에는 다섯 가지 맛이 있다죠.
책에 나오는 다섯 명의 미자 씨는 일을 하면서 다섯 가지의 맛을 느낍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힘든 건 둘째치고, 늘 여자라는 편견과 싸워야 하는 일은 사람을 더 지치게 할 것입니다.

남자라도 이런 일들은 힘듭니다.
여자라서 더 특별하다기보다, 이런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 대단한 겁니다.

'필수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나은 대접, 아니 사람 대접을 제대로 받아야 합니다.

편견의 렌즈를 빼고 보면, 다같이 존중해야 할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오, 미자! 씨들은 그저 인간입니다.
이들의 인생에도 쓴 맛, 매운 맛, 신 맛, 짠 맛이 없을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달콤한 맛이 있기 때문에 또 견디어 냅니다.

2. 이런 작품들을 굳이 '페미니즘'으로 분류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전에 '휴머니즘'을 가득 담고 있으니까요.

양성의 대결 구도를 부추키거나, 자꾸 사회 이슈화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사람을 사람답게, 어떻게 제대로 인정하고 존중할 것인지에 대한 담론만 필요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여성을 더 존중해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것 없이 사회 정의를 이야기할 수 없으니까요.
옛부터 고아, 과부,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는 것이 공동체에서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잘사는 사람들만 잘살고, 못사는 사람들이 방치된다면, 사회는 균형을 잃고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3.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미자입니다."

이름이 미자는 아니지만, 모두들 미자처럼 살아갑니다.
그렇게 공동체에서 함께 부대끼며 삽니다.

개인의 인생은 짧고,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하지만 공동체는 조금 더 오랫동안 지속될 것입니다.
공동체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살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개인이 하지만, 그런 기회와 문화는 공동체적으로 만들어집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즉 모든 미자 씨들이 오늘도 내일도 행복하게 땀 흘릴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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