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 씨의 달그네
고정순 지음 / 달그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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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무 씨의 친구들이 달로 떠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답답하고 숨 막히는 지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겠죠.
'현실 도피'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고는 버텨낼 재간이 없는 사람들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겨운 삶을 바꿔보겠다는 사람들을 마냥 비난할 수만도 없을 겁니다.
그렇게 마음 먹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달에 가면 뭐가 달라져? 지구보다 더 환경이 좋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러면 어쩌지? 하면서 현실에 안주할 수도 있을 거예요.
허황된 꿈을 좇아 가느니 차라리 일상을 성실하게 살아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어요.
달로 떠나든 지구에 남아 있든, 모두 쉬운 일은 아니겠다 싶어요.

2. 무무 씨는 달에 가면 달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가지 않는다고 해요.
날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달을 달에서는 볼 수 없을 거예요.
무무 씨가 만든 달그네를 타면 당일에도 여러 모습의 달을 볼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혹시 무무 씨는 매일 같은 모습을 보는 것이 지겨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ㅎ

자녀들을 키우며 매일 똑같은 모습만 본다면? 나이를 먹어도 성숙해지지 않는 모습을 본다면? 인간다운 인간으로 자라기를 바라는데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다면, 부모로서 슬플 거예요.
물론 변하지 않는 자녀들은 없어요.
매일매일의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부모의 레이다 때문에, 변화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겠지요.
어른이 되어 간다는 건, 지난한 기다림이 없이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봐요.

3. 무무 씨가 날마다 조금씩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달은 늘 똑같은 모습으로 떠 있어요.
달그림자가 물 위에서 흔들려도 달은 그대로예요.
다만 우리 눈에 그렇게 보일 뿐이죠.

무무 씨는 매일 달을 봤어요.
고단한 날에도,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날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날에도 달을 봤죠.
무무 씨는 달을 보면서 일상을 살아요.
다른 사람들이 달을 향해 불나방처럼 날지만, 무무 씨는 변함없이 자기 자리를 지켰어요.
물론 외롭고 괴로운 자리일 거예요.
우리가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우리를 붙들어주는 것이 있다면, 얼마나 많은 위로가 될까요?
그것이 변함없는 존재일 필요는 없지만, 해나 달처럼 늘 신실하게 떠 있을 수 있는 존재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4. 무무 씨는 친구인 '마니'가 '너만의 달'을 만나길 바랐어요.
'무무'와 '마니'.
이름에서 주는 의미가 있을 것 같네요.
마니 가지면 행복할까요? 없이 살아도 '나만의 달'을 만나면 행복할까요?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요?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을 뜻하고,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을 뜻한다고 합니다.
행운만 찾다가 행복을 놓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매일이 행복하지 않으면, 행운이 왔을 때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행복을 찾아 달로 떠난 사람들은 정말 행복을 찾았을까요?
그들이 찾는 건 '행운'이기에 '행복'을 찾는 게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되네요.

덧. 무무 씨가 행복하게 보이지 않는 건 저만 그런가요?
사랑하는 달과 가까울 수 없어서 그런 걸까요?
무무 씨에게도 달로의 여행이 필요할 수도 있겠습니다.

* 표지의 달이 칼데콧 메달처럼 보이네요.^^ 작가님에게 좋은 계기가 되는 작품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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