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뿔이 났어요 소년한길 유년동화 8
데이비드 스몰 글 그림, 김종렬 옮김 / 한길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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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데이비드 스몰이 글과 그림을 그린 책입니다. 사라 스튜어트의 글에 데이비드 스몰이 그림을 그린 '리디아의 정원'을 인상 깊게 보았는데, 이 책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데이비드 스몰은 장난꾸러기 같은 느낌이 듭니다.^^;
소녀의 머리에 뿔을 달다니요. 그것도 소녀의 키만큼 큰 뿔을 말이죠. 멋있기는 합니다.

2. 이모겐도 뿔이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행동하는 데 있어 제약이 좀 있었지만, 이모겐은 그 상황을 즐깁니다. 뿔에다 수건을 말리기도 하고, 도넛을 꿰어서 새들에게 도넛을 먹이기도 했습니다. 저녁에는 촛불을 꽂아놓은 훌륭한 촛대로 쓰이기도 했지요.
초긍정 마인드의 이모겐입니다. 빨간머리 앤이나, '리디아의 정원'의 리디아처럼, 울지 말고 일어나 피리를 부는 왕눈이처럼, 뿔이 난 이모겐의 표정은 시종일관 절망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재미있다는 표정이죠.

3. 반면에 엄마는 그 뿔을 없애거나 감추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4번이나 기절하는 캐릭터라니요.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만, 이모겐의 엄마는 다른 등장인물들에 비해 걱정이 많습니다.
남들에게 닥친 불행에 안됐다는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그것이 자기 자녀의 일이라면 그냥 쉽게 넘길 수 없습니다. 엄마의 마음인 거죠. 어떻게든 해결하려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절망하고 좌절합니다. 회피하고 부정하려고 합니다. 해결이 될 때까지 문제를 붙들게 됩니다.

다른 가족들은 이모겐의 모습에 놀라기는 했지만, 그래도 미소를 잃지 않습니다. 특히 가정부 언니나 요리사 아줌마는 이모겐의 뿔이 유용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때로는 아무것도 아니거나 장점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정이나 교정도 인정 후에 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이모겐이 문제 덩어리는 아닌 거잖아요? 그냥 문제가 좀 있는 상태인 거죠.

4. 아이들이 자라면서 여러 종류의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생깁니다. 통과의례 같은 그런 거 말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자식들에게 생기는 문제를 부모가 다 해결해 주어야 한다면, 평생 해도 안 될 것 같습니다.
뿔은 곧 사라졌습니다. 의사 선생님, 교장 선생님, 기절의 연속이었던 엄마를 빼면, 다른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잘 처신한 것 같습니다. 뿔이 난 이모겐에게 미소를 보여주며 따스한 눈길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뿔은 금방 사라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반전이 있어 좋았네요. 뿔은 사라졌지만 다른 걸 달고 등장하는 이모겐의 모습이 귀엽습니다. 그 또한 지나가겠죠? 묵묵히 옆자리를 지키며 웃어주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모겐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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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으로 떠난 여행 그림책 보물창고 7
크빈트 부흐홀츠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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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를 위한 최고의 전시회.
스스로를 '순간 수집가'라고 부르는 막스 아저씨의 그림은 환상적이었고 몽환적이었습니다.
친절하게 써놓은 메모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있었고, 뭔가 그림과 맞지 않는 것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막스 아저씨의 말처럼 "그림에 다가갈 수 있게 해 주는 길"을 찾았습니다.
'나'는 등대 그림을 보면서 바이올린을 연주했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유쾌하고 내 마음에 쏙 드는 선율"이 흘러 나왔습니다.

그림에 대한 설명을 직접 막스 아저씨로부터 들었다면, '나'는 그림 속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었을까요?
'나'는 날마다 그림 속 여행을 떠났습니다. 언제나 새로운 경험을 했지요. '나'는 스스로 궁금했던 것에 대해 하나 둘 답을 찾았습니다.

2. 막스 아저씨는 스스로 '순간 수집가'라고 했습니다.
어떤 순간이든 전후가 있기 마련이죠.
아저씨의 그림에는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그 그림들은 순간의 장면이지만, 그 순간이 있기 전 이미 어떤 일이 시작되고 있었고, 그 뒤로도 오랫동안 계속될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우리의 인생도 그러할 것입니다.
순간 수집가에게 잡힐 만한 장면들은 별로 없겠지만, 우리의 '순간'들은 지독하게 끊어지지 않고 이어집니다.
그리고 거대한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우리 모두 '위대한 스토리텔러'라고 누군가 그랬죠.
여러분이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기만 한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도 들어줄 것 같지 않은 이야기라고요?
누가 그런 지루한 이야기를 듣겠냐고요?
소설책 1권 나오지 않을 인생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모든 이야기는 의미가 있고, 그 어떤 것도 소홀하게 다뤄져서는 안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중요하지 않은 순간은 없습니다.
매우 의미 없이 지나가는 순간조차도 말입니다.

3. '나'는 막스 아저씨의 말을 모두 믿지 않았습니다. 진실을 알고 싶을 때도 있었죠. 하지만 아저씨는 좀처럼 길게 설명해 주지 않았습니다.

막스 아저씨의 그림들을 보면 현실 속에서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장면들이 많습니다.
아저씨는 자주 돌아다녔고, 거리 구석구석을 살폈고, 바닷가나 모래 언덕을 뛰어다니기도 했습니다. 카페에 아주 오랫동안 조용히 않아 있기도 했고요.
'나'에게는 아저씨가 "그곳에서 뭔가를 찾는 사람" 같았습니다. 공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글을 쓰고 스케치를 했습니다.

옮긴이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어떤 것이나 아무도 들여다볼 수 없는 우리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것을 그때 그때 포착하면 어떻게 될까요?"라고 묻습니다. 막스 아저씨는 그런 것을 그림으로 옮기려고 했다는 것이죠. '순간'이 생명력을 지니게 되는 순간입니다. 그때부터 그 '순간'은 '서사'가 되고 가능성과 다양성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그 '순간'을 그린 그림은 하나이지만,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하게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보는 이에게 그림이 넘어온 순간, 해석의 몫은 보는 이에게 넘어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를 찾아가는 과정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찾는 일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림책을 읽고 나누는 일은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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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바지 아저씨의 솜바지
고정순 글.그림 / 낮은산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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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가 실제 아버지보다 더 건장하고 밝게 그렸지만, 일터에서의 부지런함과 뚝심은 그대로였을 겁니다. 우리 아버지의 세대가 그렇게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호사를 누리고 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유명인사들이 이끌었던 것이 아니고, 늘 보잘 것 없다고 여겨졌던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꽃이 피고 지는 줄도 모르고, 새가 울고 웃는 줄도 모르고," 고생스런 일생을 살았던 부모 세대로 인해 저와 제 자식들은 '멜로디언을 부는 어린 막내딸'과 같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겠죠.

2. 저의 부모님들은 늘 제가 걱정인 모양입니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누리고 살아가는 아들의 모습이 영 마뜩치 않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부모님들의 삶이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이제는 그러지 마시라고 해도 바뀌지 않습니다. 아니 바꿀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바꿀 때, 인생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후로, 더는 쓸데없이 부모님 인생에 감 놓고 배 놓지 않으려 합니다. 충분히 잘 사셨고, 내세울 것 없다지만 아름다웠던 인생들입니다. 그렇게 인정해 드리는 것이 자식으로서 할 도리라 생각됩니다.

솜바지 아저씨는 가족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할 수 없었지만, 그 아침을 책임지셨습니다. 가족 여행 한 번 제대로 가지 못했지만, 가족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그런 솜바지 아저씨들이 가족과 함께 함박웃음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표지에서 웃고 있는 아저씨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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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트로스의 꿈
신유미 지음 / 달그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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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커다랗고 무거운 날개를 가진 알바트로스는 한 번도 날지 못했어요.
다른 새들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며 부러워했지요. 하지만 부러워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어요. 끊임없이 꿈을 꾸고, 미끄러져 내리는 절벽을 계속 올랐어요.

꿈을 꾼다는 건 그래도 쉬운 편이에요. 실제 꿈을 이뤄간다는 게 어렵죠. 알바트로스는 계속해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요. 그 '오름'이 없다면 날 수 없었을 거예요.
포기하지 않으니 바람처럼 날 수 있었네요. 꿈을 이룬 수많은 이들이 상상할 수 없는 인내심을 가지고 묵묵히 걸었던 것을 봅니다.

2. 알바트로스는 가다가 동행을 만납니다. 그때는 둘 다 뒤뚱뒤뚱 걸어서 산을 오르는 처지였지만, 마침내 둘 다 꿈을 이루었습니다. 같은 꿈을 꾸는 이가 있어 두려움이 사라졌던 알바트로스처럼, 같은 길을 걸어가는 이들이 있어 힘을 낼 수 있습니다.

함께하면 외롭지 않습니다.
두려움은 점점 사라집니다.
함께 꿈을 이루어가는 이들이 있는 곳이 '몽유도원'입니다.

3. 알바트로스는 크고 무거운 날개를 가졌습니다. 보통 날개를 펼치면 3~4m 정도 된다네요. 그때문에 평지에서 날아오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큰 날개를 가진 행글라이더처럼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바람을 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새는 상승기류를 타야 하기 때문에 바닷가 절벽에서 날갯짓을 한다고 합니다.

때론 작은 날개가 더 유용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알바트로스가 좀 더 작은 날개를 가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당장은 날아도 오래 날 수 없었을 겁니다. 조그만 날개를 단 알바트로스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었겠죠. 이 새가 날갯짓 없이 활공으로만 수십 킬로미터를 날 수 있는 것은 크고 좁은 날개가 있어서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다른 이들과 비교하고 부러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가진 것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서는 때가 맞아야 하고, 그에 맞는 조건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겁니다. 누구에게나 "세상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자기만의 날개를 가지고 있으니 묵묵히 준비해야 할 겁니다.

4.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재해석한 수묵화가 마음에 남습니다. 산과 절벽을 그린 그림에는 현대의 빌딩숲이 오버랩되는 것 같습니다.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몽유도원 같은 곳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까요? 남들처럼 살지 않아도 그곳에 도착할 수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일까요? 아니면 남들처럼 살지 않아야 행복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다음 세대 아이들이 알바트로스처럼 비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기들이 가진 능력과 재능과 꿈을 펼치기 위해 고통과 난관을 넘어가는 묵묵함과 꾸준함이 있기를 바랍니다. 피하지 않고 바람에 몸을 맡기는 알바트로스처럼 용기 있게, 열정적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기를...
저 또한 그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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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내, 비닐장갑! 그림책이 참 좋아 75
유설화 지음 / 책읽는곰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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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겁쟁이라도 할 때는 해!"
비닐장갑은 겁도 많고 걱정도 많이 했어요.
캠프가 있는 날, 무거운 발걸음으로 학교에 갔지요.
교실 문 앞에서 서성이던 비닐장갑의 모습.
어쩌면 저의 모습과 많이 닮았네요.
이것저것 재고 가늠하고 어림짐작하지만, 실제로 용기를 내기란 어려운 일이에요.
하지만 참다운 변화를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용기가 필요합니다.

작가는 "누구에게나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순간에 나를 믿어 주는 이들이 주위에 있다면 더 한껏 용기를 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기만의 일이라면 하지 못할 일도, 다른 이들을 위해서라면 용기를 내어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이타적인 구석이 있는 게 사람이지요.

겁쟁이 비닐장갑도 용기를 내었습니다.
친구들과 선생님의 믿음과 반딧불이들의 도움으로, 비닐장갑의 용기는 빛을 발합니다.
공동체에서도 특별히 연약한 존재들을 믿어 주고 용기를 내도록 도와주는 일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2. 비닐장갑은 얇고 투명합니다.
장갑초등학교 시리즈에서 겁도 많고 마음이 여린 친구로 나옵니다.
비닐장갑은 투명하기 때문에 자기의 마음을 숨기기 힘듭니다.
그만큼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면도 많이 가지고 있을 겁니다.

비닐장갑은 장갑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예쁜 손인지, 투박한 손인지, 아니면 반딧불이들인지.
빛이 들어가니 빛을 숨길 수 없습니다.
비닐장갑은 반딧불이들의 빛을 모아 더 크고 강한 빛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몸이 가벼워 반딧불이들이 높이 띄울 수 있었습니다.
비닐장갑의 착한 심성과 이타심으로 인한 용기가 만나 별님처럼 빛이 납니다.

비닐장갑을 보면서, 나는 빛이 나는 존재가 아니지만, 내 안에 있는 빛이 다른 이들에게 보여질 수 있도록 투명하고 순수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네요.

* 장갑으로 표현된 아이들, 제각각이지만 아이들만의 티 없는 순진함을 볼 수 있습니다. 깨알 재미들이 숨어 있네요. 아이들을 사랑하는 유설화 작가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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