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요 -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 선정
하세가와 사토미 지음, 김숙 옮김 / 민트래빗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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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요(하세가와 사토미/ 김숙 옮김)

고양이가 숲속 작은 집에 이사왔어요.
짐정리를 다하고, 이웃을 보러 나갔어요.
"새 친구를 사귈 수 있겠지?"

고양이는 인사말을 연습하면서
들판으로 이어진 길을 걸어갔어요.
조금 가니, 동물들이 공터에 모여 앉아
이야기 나누고 있는 소리가 들렸어요.

"요 앞 작은 집에 누가 이사 온 것 같던데."
고양이는 나무 그늘로 숨었어요.
"이사 온 애가 멋쟁이면 좋겠다."
고양이는 자기 차림새를 보더니,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어요.
멋진 윗옷을 걸치고 아까 그 길로 돌아갔지요.
이제 인사만 하면 되는데, 바로 그때
"아는 게 많은 척척박사면 좋겠다."

"아, 어떡한담? 난 아는 게 별로 없는데."
고양이는 고민에 빠졌어요.
과연 고양이는 친구들에게 첫인사를 건넬 수 있을까요?

ㅁㅁㅁㅁㅁ
1. <넌 뭐가 좋아?>를 쓴 하세가와 사토미의 그림책입니다.
연한 수채화의 그림과 따뜻한 이야기가 잘 어울립니다.
새 친구를 만나는 아이들, 새 이웃을 만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네요.

2. 고양이는 첫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첫인상이 중요한 건 두말 할 필요가 없겠지요.
물론 오랜 시간을 두고 진심을 다하면 첫인상 뒤에 있는 진가를 알게 되겠지만 말이죠.
그래서 어떻게 인사를 하면 좋을지 연습을 합니다.
아, 너무 귀여운 고양이네요.

공터에 있는 동물들에게 인사를 하려던 고양이는 자꾸 때를 놓치고 맙니다.
우물쭈물 하다가 기회를 놓치고 나중에 후회와 한탄을 했던 지난날이 기억이 나네요.
다른 이들에게 말 걸기 힘든 사람의 경우, 이 책의 이야기처럼 일이 꼬이는 경우가 생깁니다.
타이밍이 맞지 않거나, 아예 의사를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 많은 오해가 생깁니다.
고양이가 바로 가서 인사를 했다면, 이 책 이야기의 3분의 2는 사라졌겠지요?^^

3. 고양이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엿듣습니다.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은 좋지 않은 행동인 것 같네요.
어떻게 보면 고양이가 마음 졸이고 뛰어다니고 고생한 것은 그때문이었을 수도 있어요.
첫 단추를 어떻게 끼느냐가 중요하겠지요.

4. 다른 동물들의 이야기는, 새로 이사 온 친구가 어떠했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것이었어요.
멋쟁이, 척척박사,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 오후 간식을 좋아하는 아이.
고양이의 모습을 보아 하니, 그런 아이는 아닌 것 같네요.
그런 아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고양이의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물론 그런 일들을 능숙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갑자기 하루아침에 되는 일들은 아닌 것 같네요.

다른 이들의 기대에 맞춰 사는 일은 굉장히 고된 일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에,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면 말릴 수는 없겠지만요.
어떻게든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도 비난할 수는 없네요.
하지만 남들의 기대에 맞추려는 모습이 자신의 본 모습과 멀어진다면, 그것은 존재의 정체성과 근간이 흔들릴 만한 일일 겁니다.
다른 조건과 기대 없이, 존재 자체만으로 서로 인정해 주고 함께할 수 있는 관계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자녀들을 키우다 보니, 기대를 내려놓는 일이 어렵다는 걸 알기에 고양이의 모습이 남일 같지 않습니다.
부모의 기대를 내려놓고, 자녀의 미래를 응원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5. 다른 동물들의 기대를 살펴보니, 그 기대들은 모두 관계가 기초로 되어 있어요.

내 예쁜 리본을 빌려주려고,
내가 모르는 것을 물어보려고,
같이 노래를 부르려고,
다 같이 쿠키 곁들여 차를 마시려고.

함께하기 위한 기대이기 때문에, 그 기대들이 예쁘게 느껴집니다.
동물들은 자기 소개할 때에도 관계성을 잊지 않습니다.

"가장 가까운 이웃",
"너하고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너의 그 새까만 얼굴을 닦아 주고 싶은".

이런 아이들이라면 아무 조건 없이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양이는 지금까지 준비했던 자기 소개는 다 잊어버렸어요.
그냥 "이 집에 이사 온 고양이"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첫인사 하기까지가 참 어렵죠?ㅎㅎ

* 좋은 책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민트래빗의 다른 책들도 찾아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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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소리 반달 그림책
신유미 지음 / 반달(킨더랜드)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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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소리(신유미)

너는 소리. 추운 바람 소리.
얼음을 깨고 솟아오르는 햇살 소리.
멀리 떠날 거라고 흰 눈에게 알리는 날개짓 소리.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는 나무들에게
바람보다 먼저 날아갈 거라며 재잘대는 소리.
놀란 나뭇잎과 함께 반짝이는 소리.
바스락바스락 춤추는 소리.
(일부 발췌)

ㅁㅁㅁㅁㅁ

1. 작가는 그림책을 음악으로 만들고, 피아노를 연주하며 독자들과 만납니다. 올해 초에 나온 <알바트로스의 꿈>을 인상 깊게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날개가 너무 커서 날지 못하지만 그 안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알바트로스. 그 큰 날개를 바람에 맞기며 '몽유도원'을 찾아가는 길은 험난하지만, 꿈을 향해 사는 삶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책은 <알바트로스의 꿈>의 전주곡이 아닌가 싶네요.

2. 철새들이 먼 길을 떠납니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 남쪽으로 날아갑니다.
얼음을 깨고 오르는 아침의 햇살을 맞으며 갑니다.
흰 눈에게 날갯짓으로 작별인사를 하고, 나무들에게 바람보다 먼저 날아갈 거라는 당돌한 의지를 보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는 나무들과 때가 되면 언제나 떠나야 하는 철새는 바스락바스락 하나가 됩니다.
흰 눈송이들이 바람에 날리듯 말입니다.
서리 맞은 나뭇잎처럼 새들도 반짝반짝 춤을 춥니다.
날갯짓을 할 때마다 눈송이를 털어냅니다.
떠나는 이나 자리를 지키는 이나 하나입니다.

3. 철새가 먼 길을 가는 동안 많은 소리들을 만들어냅니다.
흩어지고 모이며, 하늘을 펼치며 채우는 철새들의 소리.
그 철새들은 내려앉은 곳에서 서로의 체온에 의지해 모여듭니다.
하얀 새, 까만 새.
마치 피아노 건반처럼 둘, 셋씩 모여 앉으니, 그 모습 그대로 피아노가 됩니다.
새들의 선율이 마음을 두드리며 팔딱팔딱 뛰게 만드네요.
작가가 새들에게서 들었던 소리들은, 피아노를 치며 꾸었던 꿈 같습니다.
손가락은 피아노 위에 있었지만, 마음은 새들과 함께 천둥처럼 날았습니다.

* 재생지 같은 연갈색의 질감에 하얗고 까만 새들과 자연의 모습이 "물풀처럼 한들한들" 제 마음을 흔드네요.
이번 가을엔 흔들리는 갈대를 찾아가 함께 흔들려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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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는 대통령 풀빛 그림 아이
모니카 페트 지음,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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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행복한 청소부'의 모니카 페트, 안토니 보라틴스키의 작품입니다. 색깔과 표현의 자유를 빼앗은 새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아이들이게 "정치 감수성을 길러 주는 그림책"이라고 소개하네요.

2. 새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과 많이 달랐어요.
국민의 사랑을 못 받았고요. 색깔을 없애 다양성을 뿌리채 뽑았어요. 꽃들도 다 없애고 무지개까지 없애려고 했다니까요. 그리고 자신은 국민의 세금으로 '호의호식'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살았죠. 자기 외에는 행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요. 결국엔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자기만 우러름 받기를 바랐던 새 대통령은 절대 국민의 지지와 존경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남을 높여야 자기가 높아지는 원리를 잘 몰랐었나 보네요. 겸손하게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던 이전 대통령은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듬뿍 받았습니다. 이런 대통령, 이런 권력자가 있는 나라는 행복한 나라입니다.

3. "가지각색 다채로운 나라가 행복한 나라지요."
이전 대통령이 했던 말입니다. 반면 새 대통령은 "오늘부터는 어떤 색깔도 금지한다."고 했죠. 사람들은 자기들 옷 색깔처럼, 건물 색깔처럼 우중충하고 우울한 삶을 살았습니다.

사람은 각자 자기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색깔을 잃어버리면 살아가기 힘들어집니다. 우리는 같은 색깔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나 단체를 경계해야 합니다. 조금만 비뚤어지면 독재의 길로 들어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것이 인간 존중의 기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죠.

우리나라가 그 다양성을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자기 색깔을 존중 받기를 소원합니다. 목숨거는 입시, 치열한 대학생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구직, 경쟁적인 직장생활... 이런 상황에도 자기 색깔을 지켜가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자기와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을 배척하고 깔아뭉개려는 마음들이 이 세상에서 축출되어 태양이나 저 멀리로 떠나버렸으면 좋겠습니다.

4. 새 대통령은 사람들을 감시하고 잡아 넣었습니다. 국민들이 우울해질수록 유쾌할 수 있는 대통령이라니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지금도 이런 권력자들 밑에 신음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안타깝게도 나쁜 정권이 바뀌어 좋은 정권이 들어서는 일이 많이 없습니다. 권력을 가지면 부패하게 되어 있고, 옆에서 부패를 부추기는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그래서 청렴결백 청백리들을 존경하는가 봅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자기의 주변 사람들까지도 부패하고 타락하지 않도록 단도리할 수 있어야 하니까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리 '빅브라더' 같은 권력자라 해도 무지개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색깔들도 까맣게 만들 수 없습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나의 색깔을 잃지 않고 때가 되면 활짝 필 수 있는 존재로 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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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쪽빛그림책 2
이세 히데코 지음, 김정화 옮김, 백순덕 감수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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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세 히데코의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의 프리퀄 같은 책입니다. 그 책에서 나오는 어른 소피는 식물원에서 일합니다. 소피는 사에라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죠. "너처럼 어렸을 때, 세상의 모든 나무를 보고 싶었거든. 여기에는 그 나무들이 다 모여 있단다." 어려서부터 식물 도감을 보며 자랐던 소피는 그의 바람처럼 "식물학 연구자"가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어떤 것에 관심을 쏟고 빠져들 수 있는 건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애들 꿈이 없다고 흔히들 말하는데... 혹시 부모가 인정해 주지 않는 꿈을 꾸는 건 아닐까요? 아이들의 꿈을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어른들이 유연하지 않은 건 아닐까요?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요? 이것저것 정말 간절하게 찾고 있는 건 아닐까요? 더 많은 아이들이 마음껏 꿈꿀 수 있고 꿈을 이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2. 소피는 직접 씨를 뿌려 아카시아를 키웁니다. 그것을 를리외르 아저씨에게 선물하죠. "ARBRES de SOPHIE" '소피의 나무들'. 소피는 를리외르 아저씨가 새롭게 만들어 준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식물 도감을 꼭 껴안고 있는 소피.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에서 해바라기 떡잎이 나오는 걸 보는 사에라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를리외르(제본사) 아저씨가 만들어 주신 책은 두 번 다시 뜯어지지 않았습니다. 소피는 숲을 사랑하고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피의 그 마음을, 자상하고 세심하게 들어주고 만져주는 를리외르 아저씨는 400살도 더 먹은 아카시아 같았습니다. (동문서답의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요.ㅎ) 아저씨는 묵직한 노년의 무게로 말없이 그러나 열열히 소피의 꿈을 지지해 주는 것 같습니다. 소피만의 나무 책을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예상하건대 부모(책에 등장하진 않지만요)의 지지도 있었을 거예요. 소피 집 베란다에 식물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부모가 좋아서, 아니면 문화적으로 그럴 수도 있겠지만요.ㅎ 아무튼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은 꼭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3. "책에는 귀중한 지식과 이야기와 인생과 역사가 빼곡히 들어 있단다. 이것들을 잊지 않도록 미래로 전해 주는 것이 바로 를리외르의 일이란다."

세대를 거쳐 전해질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은 많습니다.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잊혀져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겠죠. 귀중한 지식들은 계속 살아남아 그 시대에 맞게 윤색되기도 합니다. 그런 지식들이 책의 형태로 남아 미래로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 를리외르의 바람일 것입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 가는 세상에서 역행하는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매일 전자책을 보고 있는 저로서 드는 생각은, 전자책도 종이책도 다 필요하다는 겁니다. 읽는 맛은 좀 다르지만, 장단점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도 자기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아름답다 생각합니다.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감동적인 책이었습니다. 제본 장인과 그림책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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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6
미야니시 타츠야 글.그림, 허경실 옮김 / 달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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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좋아하는 작가 미야니시 타츠야의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여섯 번째 책입니다. 약육강식의 공룡 세계를 배경으로 티라노사우루스가 주인공이지만, 따뜻한 사랑과 우정에 대해 깊은 통찰을 주는 책들입니다.

2. "타페야라와는 비록 말이 통했지만 마음은 통하지 않았던 것을 떠올렸습니다."

티라노는 호말로케팔레 세 마리와 함께 있는 것이 "즐겁고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이들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말이 통했던 타페야라는 티라노를 속여서 잡아먹으려 했습니다. 반면 호말로케팔레 세 마리는 배고프고 힘이 없어진 티라노를 먹이고 함께해 주었습니다. 서로를 향한 진정한 배려와 사랑은 말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싶습니다. 표정, 어투, 몸짓, 시선 등 온몸의 다양한 표현들이 함께 나타나야 할 겁니다. 이런 면에서 생각하면 아직 많이 부족한 사람이란 걸 깨닫습니다. 이런 생각을 계속 하다 보면 좋아질 날이 있을 거라고 소망해 봅니다.

3. 세 마리는 각각 물고기, 조개, 빨간 열매를 가져다가 티라노를 먹였습니다. 티라노는 육식동물이기 때문에 빨간 열매 따위는 맛있지도 않고 먹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티라노가 그걸 먹네요. 다른 두 마리가 가져온 것만 먹었더니 빨간 열매를 가져온 호말로케팔레가 슬퍼했습니다. 그걸 알아챈 겁니다. "맛있다! 맛있어! 맛있구나!"

맛이 없지만 먹을 수 있는 능력은 사랑에서 나옵니다. 구체적으로 다른 이들이 상처입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다른 이들이 기뻐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 마음은 세 마리에게 전해졌습니다. "나의 기쁨을 마치 자신들의 일처럼 기뻐하고 있구나." 이심전심. 따뜻한 마음이 저에게도 전해지네요.

사랑은 희생적인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나의 것만 고집할 수 없고 힘들지만 다른 이들의 주장과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겨우 빨간 열매 가지고 그런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에서 빨간 열매는 매우 중요한 장치입니다. 육식공룡과 초식공룡을 이어주는 매개체죠. 육식공룡인 티라노가 희생하여 빨간 열매를 먹음으로써 초식공룡들과의 아름다운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4. "내가 말을 가르치는 바람에 너희들을 위험에 빠지게 했어."
'우적우적'이라는 말만 듣고, 알베르토사우루스를 친구로 오인했던 세 마리는 잡아먹힐 뻔했습니다. 티라노는 그들을 구해주긴 했지만 많이 미안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에 가르쳤던 말이 그들을 위험에 빠뜨릴 줄이야. 티라노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티라노의 품에 안긴 세 마리가 "요이요이 슈슈링링 츄우"라고 말합니다. 티라노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라는 말로 들립니다. 진심은 하얗게 내리는 눈 사이로 전해졌습니다.

말에는 사상, 정신, 철학, 세계관, 문화 등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말을 쓰느냐가 중요합니다. 영어에서 'have'와 'make'가 많이 쓰이는 것이 괜히 그런 게 아닐 겁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유와 물질을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닐까요? 아무튼 우리가 무의식 중에 쓰는 말들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말을 할 때 참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티라노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한다는 게 얼마나 멋지고 소중한 일인지" 깨닫습니다.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늘 깨어 있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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