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소리 반달 그림책
신유미 지음 / 반달(킨더랜드)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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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소리(신유미)

너는 소리. 추운 바람 소리.
얼음을 깨고 솟아오르는 햇살 소리.
멀리 떠날 거라고 흰 눈에게 알리는 날개짓 소리.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는 나무들에게
바람보다 먼저 날아갈 거라며 재잘대는 소리.
놀란 나뭇잎과 함께 반짝이는 소리.
바스락바스락 춤추는 소리.
(일부 발췌)

ㅁㅁㅁㅁㅁ

1. 작가는 그림책을 음악으로 만들고, 피아노를 연주하며 독자들과 만납니다. 올해 초에 나온 <알바트로스의 꿈>을 인상 깊게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날개가 너무 커서 날지 못하지만 그 안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알바트로스. 그 큰 날개를 바람에 맞기며 '몽유도원'을 찾아가는 길은 험난하지만, 꿈을 향해 사는 삶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책은 <알바트로스의 꿈>의 전주곡이 아닌가 싶네요.

2. 철새들이 먼 길을 떠납니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 남쪽으로 날아갑니다.
얼음을 깨고 오르는 아침의 햇살을 맞으며 갑니다.
흰 눈에게 날갯짓으로 작별인사를 하고, 나무들에게 바람보다 먼저 날아갈 거라는 당돌한 의지를 보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는 나무들과 때가 되면 언제나 떠나야 하는 철새는 바스락바스락 하나가 됩니다.
흰 눈송이들이 바람에 날리듯 말입니다.
서리 맞은 나뭇잎처럼 새들도 반짝반짝 춤을 춥니다.
날갯짓을 할 때마다 눈송이를 털어냅니다.
떠나는 이나 자리를 지키는 이나 하나입니다.

3. 철새가 먼 길을 가는 동안 많은 소리들을 만들어냅니다.
흩어지고 모이며, 하늘을 펼치며 채우는 철새들의 소리.
그 철새들은 내려앉은 곳에서 서로의 체온에 의지해 모여듭니다.
하얀 새, 까만 새.
마치 피아노 건반처럼 둘, 셋씩 모여 앉으니, 그 모습 그대로 피아노가 됩니다.
새들의 선율이 마음을 두드리며 팔딱팔딱 뛰게 만드네요.
작가가 새들에게서 들었던 소리들은, 피아노를 치며 꾸었던 꿈 같습니다.
손가락은 피아노 위에 있었지만, 마음은 새들과 함께 천둥처럼 날았습니다.

* 재생지 같은 연갈색의 질감에 하얗고 까만 새들과 자연의 모습이 "물풀처럼 한들한들" 제 마음을 흔드네요.
이번 가을엔 흔들리는 갈대를 찾아가 함께 흔들려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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